고난도 기술 필요한 ITER 핵심 부품 '토카막' 섹터 4개 기한 내 조달
토카막, 핵융합 필수 과정인 1억도 이상 플라즈마 유지하는데 활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가 담당한 핵심 부품 진공용기 섹터의 제작·조달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핵융합로의 핵심 부품인 진공용기의 설계부터 제작·품질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의 기술을 확보했다. 향후 핵융합 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기술 글로벌 주도권을 갖추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ITER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 등 핵융합 선진 7개국이 모여 공동 개발·건설 중이다. 일종의 초대형 국제협력 R&D 프로젝트로, 핵융합 반응으로 500MW급의 대용량 청정에너지 생산의 가능성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핵융합이 태양 에너지의 원리인 만큼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태양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발을 맡은 진공용기는 이른바 '토카막(Tokamak)'이라고 불리는 도넛 형태의 장치다. 핵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유지하기 위한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핵융합로의 핵심 설비다. 핵융합에너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융합 장치 내에서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연속적으로 운전해야만 한다.
진공용기는 총 9개의 섹터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4개 섹터 제작을 담당했다. 각각의 섹터는 높이 13.8m, 무게 약 400톤으로, 9개 섹터를 모두 조립 시 무게가 5000톤에 달하는 초대형 구조물이다.
진공용기 각 섹터는 4개의 조각으로 나눠 제작되는데, 이를 결합하기 위해 총 1.6㎞ 이상의 용접이 필요하다. 또 내벽의 부품들을 오차 없이 조립할 수 있도록 수㎜ 이하의 엄격한 공차를 유지해야 하는 등 고난도의 성형 및 용접 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진공용기는 ITER의 구성 부품 중에서도 가장 제작 난이도가 높은 핵심 품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0년에는 과기정통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 기술로 완성한 첫 번째 진공용기 섹터를 적기 조달함으로써 ITER가 본격적인 주장치 조립 단계를 시작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2022년, 올해 마지막 진공용기 섹터까지 성공적으로 조달 완료해 높은 핵융합 기술 품질뿐만 아니라 제작 기한 준수를 통한 기술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특히 ITER 본부가 기존 전략 및 조립·설치 절차를 바꾸면서 우리나라가 기제작한 진공용기의 오차 부품을 추가 수리해야 했는데, 이같은 어려움에도 기한 내 성공적으로 조달을 마치게 됐다.
진공용기 외에도 국내 산업체들은 그동안 과기정통부 및 핵융합연의 지원 하에 ITER의 초전도도체, 열차폐체, 조립장비 등 핵심 부품들의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왔다. 이는 향후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앞당기고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ITER 국제기구는 우리나라의 진공용기 마지막 섹터 조달 등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지난 21일 프랑스 카다라쉬 현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ITER 국제기구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사무총장 등 7개 회원국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ITER 건설의 중요한 성과를 기념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ITER 사업 참여를 통해 확보한 핵융합로 핵심 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7월22일 수립한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차질없이 수행해 핵융합에너지 실현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ITER 본부는 지난 7월 ITER의 완공 시기를 2025년에서 2034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ITER 본부 측이 밝힌 사유는 기술적 결함 및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급 문제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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