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카드학회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차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가격(가맹점수수료율)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현재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4차례 모두 인하가 이뤄졌는데 정치적 압력이 작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그 대안으로 적격비용은 여신전문금융채 금리에 연동하고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 '신용카드시장의 의무수납제가 카드 수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가맹점의 협상력을 감소시키는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서 의무수납제의 도입 목적이 충분히 달성됐다"며 "시장 중심으로 거래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가맹점의 협상력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의 비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율 자체는 여전채 발행금리 등의 비용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전법에 따라 신용카드가맹점은 고객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고객에게 물품의 가격을 현금가보다 더 비싸게 받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가격차별 금지 조항이라 한다.
1998년 정부가 내수 진작과 세수 확보를 위해 시행했으며 이 제도는 26년째 유지되고 있다. 여전법 이외에도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법인세법 등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의무수납제 하에서 가맹점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이에 국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개정함으로써 적격비용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기초로 카드수수료율을 산정하고 우대구간과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했다.
4번의 인하 결과 2012년 말 2억원 이하 1.5%(체크카드 1.0%), 2~30억원 2.12%(1.6%)로 개편됐던 수수료는 마지막 개편인 2021년 말 3억원 이하 0.5%(0.25%), 3~5억원 1.1%(0.85%), 5~10억원 1.25%(1.0%), 10~30억원 1.5%(1.25%)로 각각 내렸다.
윤 교수는 "초기 적격비용 체계는 신용카드 시장의 불균형 구조로 인해 카드사의 협상력이 우월한 상황에서 협상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 왜곡에 따른 새로운 문제를 유발했다"며 "우대가맹점에 포함되지 않은 가맹점의 불만이 크게 증가했고, 수수료 산정 때마다 선거 등의 이유로 정치적 압력이 반복됨에 따라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낮춰지며 왜곡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주요국의 가맹점 수수료를 살펴보면 주요국의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주로 직불카드 정산수수료에 국한돼 있다. 카드수납의무와 가격차별금지 규정의 경우 법원의 판결, 경쟁당국과의 합의 등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는 추세다.
유럽, 미국, 호주는 카드수납의무와 가격차별금지 조항에 대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윤 교수는 "한국의 적격비용체계와 같이 가격에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금지 등의 규제를 한꺼번에 폐지하면 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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