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고문 활동' 권순일, 첫 재판 3분 만에 종료

기사등록 2024/11/21 11:46:13 최종수정 2024/11/21 14:34:15

변호사 등록 없이 화천대유 고문 활동 혐의

검찰, 문서 작성 등 변호사 직무 수행 의심

첫 재판 준비 미비로 공전…의견도 안 밝혀

[서울=뉴시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65·사법연수원 14기)전 대법관의 첫 재판이 3분만에 공전됐다. 사진은 권 전 대법관.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65·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의 첫 재판이 3분 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2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변호인 측은 앞서 변론 기일 변경 신청을 했지만 정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은 이날도 사건기록 열람 복사 미비 등을 언급하며 "저희가 준비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고,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을 듣지 못한 재판부는 3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을 오는 12월19일로 지정했다.

재판을 마친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법 위반 어떻게 소명하실 것인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은 없으신지', '기일 변경 요청 사유가 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2020년 9월 퇴임한 후 2021년 1월~8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거액의 고문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권 전 대법관이 이 기간에 화천대유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과 행정소송 1심의 재판 상황을 분석하고, 법률 문서를 작성하거나 대응 법리를 제공하는 등의 변호사 직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법은 대한변협에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변호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고, 지난 2022년 10월에야 대한변협에 등록을 신청했다.

한편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재직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여했다.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 대표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거쳐 무죄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이 대표의 무죄 취지 판결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권 전 대법관은 심리 과정에서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고 한다. 퇴직 후 받은 거액의 고문료가 그 대가라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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