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성중립 화장실(Gender Neutral Restroom)'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2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성중립 화장실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김혜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을 받고 "현재로서는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문제"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20년 서울시교육청이 자체 발간한 중학교 1~3학년용 '지속가능발전교육 지도자료(교재)'에서 12페이지에 걸쳐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설명이 기술됐다며 "성중립 화장실이 무엇인가"라고 재정의를 요구했다.

정 교육감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성별이 다른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는 아동이나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개입된, 북유럽에서 발전된 제도"라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기보다는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도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학생들이 해외 여행을 많이 간다. 북유럽에 가면 학생들이 이런 문제(성중립 화장실)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성 문화에 개방된 국가에 다녀온 학생들은 '그게 있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성중립 화장실은 학생들이 찬반을 나눠 토론할 수 있는 문제이며, 지도자료에 포함된 게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 의원은 "(성중립 화장실을) 허용하면 불법촬영 등 성범죄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성중립 화장실 옹호는 현행법과도 저촉된다"고 짚었다.

한편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재발의 및 재추진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계획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을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잠시 보류하고 교육 현장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은 조금 더 안정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또 "이런 이슈들이 과열된 논쟁으로 번지는 건 우리 학생들에 좋지 않다. 대법원의 판단을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서이초 사건' 등으로 이어진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며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에 대해 집행정지를 요청한 서울시교육청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조례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의 본안 판결에 따라 학생인권조례의 존폐는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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