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무장관들, '이스라엘과 외교 대화 중단' 거부

기사등록 2024/11/19 15:49:52 최종수정 2024/11/19 16:48:16

외무장관들, 보렐 EU 외교수장 제안에 반대

보렐, 우크라 장거리 미사일 허용 거듭 촉구

러시아에 무기 공급 의혹 이란에 새 제재 승인

[브뤼셀=AP/뉴시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취재진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11,19,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외교·정치적 대화를 중단하자는 EU 최고 외교관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도이체벨레(DW)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EU 외무장관회의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이스라엘과의 대화 중단 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보렐 고위대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서 국제법을 준수 요구를 번번히 거부한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온 그는 회의 전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전체가 파괴되고 있다. 또 (전쟁 중) 4만40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여성과 어린이가 70% 달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만장일치 결정이 필요한 이 제안에 대해 많은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네덜란드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EU는 이스라엘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도 사전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도 이 제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치적 대화는 2000년 발효된 'EU-이스라엘 단체협정(Association Agreement·AA)'에 기반한다. 이것은 EU와 제3국 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으로 양측 무역의 법적 근거가 된다.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 무역 또는 인권 개혁에 대한 약속을 대가로 체결하는데,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이 이 조건을 지키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제품 수입 금지 조치도 도입하길 원했다. 국제법상 이스라엘 정착촌은 불법이다.

이와 함께 보렐 고위대표는 EU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화살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궁수로 맞출 수 있도록 우리가 제공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해왔다"고 했다.

이 발언은 두 달 뒤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사정거리가 300㎞에 달하는 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보도에 이어 나왔다.

아울러 EU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승인했다.

한편 이번 제안은 보렐 고위대표의 임기 전 마지막 제안으로 여겨진다, 스페인 국적의 보렐 고위대표는 2019년 12월부터 EU 외교안보 수장을 맡아왔다.

그의 후임으론 카야 칼라스 전 에스토니아 총리(2021년 1월~2024년 7월)가 지명됐다. 칼라스 후보자는 지난 12일 유럽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1월 공식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를 향해 "이란, 북한, 중국이 러시아와 은밀히 협력한 것이 확인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2기 집행위는 내달 1일 새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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