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절 만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폐쇄 검토에…건축계 반발

기사등록 2024/11/20 09:00:00

이전 대상지 돈의문박물관마을도 공원화 앞둬

건축 단체, 축소 이전 반발하며 공동 성명 발표

[서울=뉴시스]서울도시건축전시관. 2024.11.06. (자료=서울도시건축전시관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조성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축소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건축계 등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내년 중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서울도시건축센터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떠난 자리에는 지역 관광을 소개하는 '안테나숍(Antenna Shop)'을 조성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안테나숍이란 새로운 제품, 서비스, 또는 브랜드를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옮길 경우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게 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공간이 협소한 데다가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허물고 그 일대를 서울광장 10배 크기 역사문화공원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로써 박 전 시장 시절 '국내 최초의 도시건축 분야 전시관'이라는 평가 속에 문을 연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잔재였던 옛 국세청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세종대로 일대 역사 문화 특화 공간 조성 사업' 일환으로 세운 건물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자리는 서울시청 본관과 덕수궁에 인접한 땅으로 조선시대 덕안궁, 일제강점기 체신국 등이 있던 곳이다.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는 국세청 별관을 허물고 지상 1층, 지하 3층 규모 전시관을 지었다. 건물 위로는 광장 '서울마루'가 조성됐다.

2016년 10월부터 2019년 초까지 사업비로 약 304억원이 투입됐다. 이후 이곳에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국제교류전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등 각종 행사와 전시가 열렸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건립 후 변상금만 20억원이 쌓인 곳이기도 하다. 우정청은 '우편사업특별회계'에 속한 국유지인데 서울시가 지하에 전시관을 지어 무단 점유·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시는 옛 체신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가 부지 사용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서울시가 우정청에 지급한 변상금이 20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시관을 폐쇄하고 안테나숍으로 바꾼다고 해도 변상금은 계속 내야 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022년 9월14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2022 서울건축문화제'를 찾은 관람객이 출품작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22.09.14. kkssmm99@newsis.com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 서울혁신파크, 다시세운 프로젝트 등과 함께 오세훈 시장 집권 후 철거되거나 자취를 감추는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건축계를 중심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축 전시에 특화된 공간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안테나숍 등 다른 용도로 쓸 경우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월 한 달 동안 3만5000여명이 찾고 전체 방문객 6만명을 돌파한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Moments in Serpentine Pavilions 2000∼2024)' 등 각종 인기 전시를 포기해야 하는 점 역시 건축계로서는 불만이다.

부산과 광주, 제주 등 지자체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모범 사례로 평가하며 직접 상경해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와중에 정작 서울시는 그 가치를 외면하며 전시관을 폐쇄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서울시 안팎에서 나온다.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건립 이후 5년 동안 60여건의 기획 전시를 통해 건축과 도시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온 이 전시관의 기능을 박탈하는 것은 건축 문화와 공공 건축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러한 공공 건축물을 본래의 취지를 외면하고 단순 판매 시설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건축 문화에 대한 참담한 인식 수준을 방증하는 꼴이며 서울의 문화적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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