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까지 피의자로…우리금융 '시계제로'

기사등록 2024/11/19 10:33:46

검찰 수사 과정서 조병규 은행장 피의자 전환…향후 임종룡 회장도 조사 가능성

조직쇄신 차원서 연말 대단위 인사 전망, 당국 압박에 M&A 부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조병규 현 우리은행장까지 피의자로 전환되는 사태를 맞았다. 향후 검찰 수사망이 임종룡 현 회장으로 올라갈 수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불법 대출과 사후 조치와 관련해 전날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사무실, 은행 본점 대출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병규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전 우리은행 부행장 성 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번 추가 압수수색에 대해 금융당국에 늑장보고한 현 경영진으로 수사범위를 본격적으로 확대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8월 압수수색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검찰은 9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와 대출을 해준 임 모 우리은행 전 본부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한 바 있다.

이어 임종룡 회장이 10월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국민 사과와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임 회장의 행보에 사건이 일단락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수사망을 현 경영진으로 확대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부당대출 규모가 당초 금융당국이 발표한 350억원을 큰 폭으로 웃도는 400억원대 이상으로, 현 경영진 재임 중에도 이뤄졌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임 회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우리금융은 연말 14개 계열사 중 은행과 카드 등 7곳의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임 회장이 조직 쇄신 카드를 꺼내든 만큼 주요 계열사의 대단위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행장의 경우 피의자 전환과 금융사고 지속 등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4차례 공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연장하며 조직의 내부통제 부실과 재무건전성을 면밀히 파악하는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검사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동시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금융의 신사업 추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조6591억원을 시현했다. 이 중 우리은행 순이익이 2조5244억원으로 대부분인 95%를 차지한다.

KB금융은 60%, 신한금융은 78%, 하나금융은 86% 수준이다. 4대 금융그룹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금융은 증권과 보험 등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이 숙원 과제로 꼽힌다.

지난 8월에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업계 수위권으로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추가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동시 인수 계획은 금융당국의 정기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앞으로의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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