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정책 평가' 보고서 지적
"재생에너지 보급 시나리오 다시 검토할 필요"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정책 평가' 보고서에는 이 같은 제언이 담겼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5년마다 NDC를 설정해 이행 중이다.
한국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으로 NDC를 수립해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그 중에서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줄여야 하는 부문은 에너지 전환으로, 정부는 이 분야에서 총 1억2300만7000t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석탄 발전을 줄이는 대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원전, 재생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해 1억t이 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으로 감축할 온실가스 배출량(1억2300만7000t)은 2030년 전체 감축량(2억9100만t)의 42.5%에 달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으면 2030 NDC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전환은 산업통상자원수립부가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예정처는 정부 계획에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만 연도별로 제시돼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원을 구성해서 이를 달성할지에 대한 실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예정처가 직접 2030년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해본 결과, 정부가 세운 목표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전망한 2030년 발전원별 발전량에 온실가스 평균 배출계수를 곱해 단순 추정한 결과다.
예정처 추정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 에너지 부문에서 1억5400만900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부의 배출량 목표치(1억4500만9000t)보다 900만t 많은 수준이다.
종전 계획인 10차 전기본을 통해 전망했을 때에도 2030년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5600만2000t으로 추산돼 정부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산출 방식이 정확치 않으며 '혼소발전'을 통해 추가 감축이 가능한 상황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혼소발전이란 두 종류 이상의 연료를 혼합해 연소시킴으로써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은 방식과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합한 혼소 발전이 대표적 예다.
산업부는 원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함께 이 같은 혼소발전으로 인한 감축분도 반영하면 2030년 에너지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억4500만9000t으로 추산돼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정처는 혼소발전이 아직 실증·상용화 단계에 있어 변수가 많고 만약 차질이 생기면 2030년 NDC 달성 또한 요원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가 에너지 전환 부문의 2030 NDC 목표만 제시하고 정량적인 연도별 실행 계획은 세워놓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게 예정처의 설명이다.
예정처는 "석탄·LNG의 발전량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정처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원자력 발전량 비중과 재생에너지 보급 시나리오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의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른 2030년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31.8%로 2030년 NDC 달성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 원전의 조속한 건설, 건설 중인 원전의 적기 준공, 설계수명이 도래한 원전의 계속 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준 국내에 운영 중인 원전은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2기를 포함해 총 28기로, 2030년 전에 완공되는 신규 건설 원전 2기를 합치면 국내에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은 총 30기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030년에 30기의 원전이 모두 중단 없이 평균(80%) 이상 가동률로 상업운전을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고, 가동률이 그 아래로 떨어지거나 계속운전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원전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가 남아 있는데, 현재는 원전 부지 안에 임시저장 능력을 키워서 관리하고 있으나 곧 포화가 예상돼 이 역시 문제 상황이라고 예정처는 지적했다.
산업부가 제11차 전기본에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21.6%)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송·배전설비 계통보강 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들고, 기상 여건 등에 따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문제도 있어 국내에서는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전 정부가 세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30.2%)가 지나치게 높다며 현 정부가 이를 낮춘 것도 이 같은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0월 2030년 NDC 상향안 수립 당시 산업부는 내부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최대 24.2% 또는 26.4%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 발표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30.2%)에는 못 미치지만 9차 전기본(20.8%)이나 10차 계획과 11차 계획 실무안(21.6%)보다는 상당히 큰 비중인 셈이다.
이는 태양광 보급 확대 추세가 2030년까지 계속된다는 전망에 따른 것인데, 당시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 계획도 검토했다고 한다.
아울러 최근 환경부도 11차 전기본에 대한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2030년 발전비중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라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예정처는 "정부는 현재의 에너지 전환 부문 2030 NDC 달성 전망의 변수와 기후변화영향평가의 협의의견, 국제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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