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해외법인 현금 활용
"해외 자금 유입 제약 뛰어넘어야"
대형 M&A 시기도 영향 미칠 가능성
삼성전자 본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해외법인이 갖고 있는 현금을 한국으로 들여올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해외법인의 현금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환율 변동과 복잡한 현지 국가의 외환관리 정책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또 대형 인수합병(M&A)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후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얼마마나 달라지느냐도 관심거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사주는 향후 1년 내 분할 매입할 계획이다.
4년 5개월 만에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로 떨어져 시가총액 300조원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에 집중하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10조원 매입에 쓰기 위해 해외법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본사가 국내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59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11조원)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동원 가능한 현금 여력은 총 16조5900억원에 달한다.
연결 기준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3조1300억원, 단기금융상품 60조6100억원 등 총 103조원이 넘는 현금 여력이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중 상당 부분이 해외법인 및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분산돼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해외법인에서 현금을 조달하는 데에 일부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오려면 환율 변동 리스크 뿐 아니라 해외법인 국가의 외환관리 정책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해외법인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금융 정책도 살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외환 거래 감시가 엄격해 통상 현지 법인의 현금성 자산을 단기간에 빼오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기업이 해외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들여올 때 냈던 국내 세금은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95% 감면되면서 세금 부담은 덜 수 있다. 10조원 중 9조5000억원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우선 집중하면서 대형 인수합병(M&A)가 또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를 위해 9조원이 넘는 금액을 썼던 것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 단행으로 대형 M&A 여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들여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워낙 많아 절차를 꼼꼼히 준비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현금 여력을 고려할 때 M&A는 더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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