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앞으로 30년내 국토 절반 이상 아열대
"기회 삼아 새로운 작물 도입해 발전"
[제주=뉴시스]임소현 기자 = 망고와 파파야가 자라는 나라, 국내산 오크라와 공심채, 강황이 차지하게 된 식탁. 어쩌면 조만간 대한민국이 맞이할 미래다. 아침으로 베어 물던 사과 가격이 널뛰고 김장철에 배추 가격에 가슴 졸이게 되는 이유야 여럿 꼽히겠지만 기저에는 예전과 달라진 한반도의 날씨 변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 15일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농작물 재배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제주도에 있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찾았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산하 국가연구기관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작물의 기후변화 적응과 품종육성, 재배법 개선 방안 등을 연구한다.
기후변화로 바뀐 한반도 농작물 재배지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소 답게 재배온실에서는 빨갛게 익은 용과와 노란 자태를 드러낸 파파야를 만날 수 있었다.
용과와 파파야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수작물이다. 원래라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국내 아열대 작물 수입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존 국내에서 재배됐던 무화과 등을 제외하고 신규 도입해 재배하는 아열대 과수는 221.1ha에 달한다. 이는 2018년 117.2ha에서 2배(1.9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자세히 살펴보면 망고(121.6ha), 패션프루트(26.9ha), 바나나(25.3ha), 올리브, 파파야, 용과 등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채소 역시 우리나라에서 이미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채소 중 여주(76.8ha)와 강황(17.2ha)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신규 도입된 채소는 135.5ha에 이른다.
2022년 말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2000∼2019년)보다 2.3도에서 최대 6.3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악의 경우 앞으로 30년 이내에 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중 8개월 이상 지속되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도 이하인 아열대 기후권 경지면적은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55.9%)을 크게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이러한 불가피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미래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의사 결정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작물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선발을 위해 그동안 58개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으며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발했다.
채소에서는 여주, 강황, 공심채, 얌빈, 오크라, 차요테, 아티초크, 롱빈이며 과수에서는 망고, 올리브, 패션프루트, 파파야, 용과, 페이조아, 아보카도, 리치, 커피다. 또한 이 작목들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국내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해 보급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작물이 도입되면서 함께 우려되는 것이 병해충의 발생 가능성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대만 농업연구소와 국제 협력으로 외래 병해충(과실파리류) 유입에 대응해 미리 선제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등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에 나선 상황이다.
전지혜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앞으로의 농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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