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노시니어존?'…"노년층은 맘껏 운동할 운동장 필요"

기사등록 2024/11/17 07:00:00 최종수정 2024/11/17 07:06:16

노인 1000만 시대…체육활동 공간·기회 부족

일부 개인·지자체 노년층 중심 팀·센터 조성

"축구하니 표정 밝아졌다고…체력 좋아졌다"

전문가 "노인 위한 체육 시설·프로그램 확대"

[서울=뉴시스] 성이영 인턴기자 = 훈련중인 FC조이플러스 선수들. FC 조이플러스는 5060 여성들로 구성된 시니어 여성 축구단이다. 2024.11.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성이영 인턴기자 = "얼른 뛰어와서 공찹시다!"

FC조이플러스 이주연(59) FC조이플러스 단장이 훈련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외쳤다.

지난 15일 뉴시스가 찾은 반포종합운동장 축구장에서는 색색깔의 양말과 모자를 쓴 선수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에 노년층 건강과 복지를 위한 운동시설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오히려 '노(No) 시니어존' 헬스장과 골프연습장 도입이 늘어나며 노인들이 갈 곳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에 이 단장을 포함한 개인과 일부 지자체는 노년층이 운동을 접할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며 체육 활동을 증진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단장은 "노년기로 접어드는 나이라 운동이 필수가 됐다. 평소 등산을 종종 했지만 혼자 운동하다보니 의지가 약해지더라"며 "축구는 단체 스포츠라 함께 운동하고 교류해 사회적 유대감이 쌓이고, 그 덕분에 저를 포함한 단원들 모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단원 중 한 분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됐다. 힘든 나머지 우울증 증세까지 왔었는데, 1년 간 꾸준히 축구와 암 치료를 병행한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며 "그 분이 기뻐하며 회식 때 밥을 샀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1년째 FC조이플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희정(63)씨는 "운동하면서 몸도 탄탄해졌지만 무엇보다 단원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매주 일산에서 반포운동장까지 축구를 하러 오는 이혜경(59)씨도 "축구하고 나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며 웃어보였다.

 
[서울=뉴시스] 성이영 인턴기자 =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 2층에 위치한 '스마트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중인 시민. 2024.11.17. *재판매 및 DB 금지



지자체에서도 노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5일 뉴시스가 찾은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 2층에 위치한 '스마트피트니스센터'는 평일 오전에도 운동하는 노인들로 붐볐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AI) 기반 헬스기구를 활용해 각 회원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센터에 매일 출석한다는 전승순(77)씨는 "기구가 알아서 내 몸 상태에 맞춰 작동하니까 편하다"며 "혼자 등산 다닐 때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해당 센터에서 처음 운동을 배웠다는 김양순(86)씨는 "태어나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여기서 비슷한 연령대의 회원들과 운동하다보니 재미가 붙었다"며 "요즘엔 체력이 좋아져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논현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센터 이용자가 하루 평균 60명을 웃돌 정도로 체육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체육 활동이 중요한 만큼, 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에 들어서면 신체 기능이 약화될 수 있지만 운동을 통해 관리 가능한 범주가 있다"며 "편안한 노년기를 위해서는 체육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현재 세대갈등으로 노년층이 다양한 연령과 어울리며 체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정부가 노인복지법을 재정비해 전달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연령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 시설을 확대함과 동시에 노인 특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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