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의료진 번아웃' 해소 도움"…'우려 vs 기대' 무엇?

기사등록 2024/11/18 07:01:00 최종수정 2024/11/18 08:26:19

영상의학과 전문의 번아웃 심각…AI가 보조 수단 역할

의료AI로 오류 발생시 책임소재·대처방안 정립은 과제

[서울=뉴시스] 17일 뷰노는 올해 3월 기준 상급종합병원 15곳을 포함해 전국 83개 병원에서 뷰노메드 딥카스를 도입해 청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일산백병원이 뷰노의 심정지 예측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딥카스를 도입해 병동 간호사들이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일산백병원 제공) 2024.07.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비롯된 의료공백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에 번아웃을 가져왔다. 최근 막을 내린 대한영상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올해 국내 연구자의 연구 발표가 감소한 것은 번아웃으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발표는 번아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용환석 대한영상의학회 학술이사(고려대 구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국내 연구자들의 초록 투고가 번아웃 등으로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연구자들의 초록 채택 기회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부각된 것이지만 영상의학과의 번아웃 문제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지난해 6월 대한영상의학회 춘계종합심포지엄에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중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71.6%로 과반을 넘었다. 직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밝힌 비율도 45.7%였다. 번아웃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량이 62%로 가장 많앗다.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24%로 뒤를 이었다. 해당 결과는 영상의학회가 전문의 511명, 전공의 131명 총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상의학과 전문의수 증가도 더디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3년 전문의는 3065명에서 10년 후인 2023년 전문의 수는 4206명으로 1.3배 증가했다. 검사량은 갈수록 급증하는데 전문의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AITRICS-VC)는 병원 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환자 상태 악화 발생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는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다. 고대구로병원 의료진이 바이탈케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에이아이트릭스 제공) 2024.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의 의료진 번아웃을 해소할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바로 '의료 인공지능(AI)'이다. 의료AI 업계는 과거부터 AI가 의료진의 번아웃을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암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을 하는데 자세히 봐야하는 정도만 알려줘도 업무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검사는 사람이 하지만 경중의 구별만 해줘도 의료진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AI가 의료진의 번아웃 해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여러 보고서를 정리해 소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보건산업동향 최근호에서 "최근 의료진들은 심각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다"며 "이는 정신적 탈진증상으로, 의료진업무과다로 인한 세계적인 이슈"라고 밝혔다.

이에 다양한 연구 및 보고서는 의료진의 AI 사용은 번아웃 위기를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필립스가 14개국 2800명의 의료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24 미래건강지수 보고서를 보면 의료리더의 43%는 AI가 치료계획과 진료경로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37%는 근거기반 진료식별, 36%는 진단 및 시술 대기목록 감소에 AI가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강릉아산병원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이 인공지능(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웨이센 제공) 2024.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디지털의료 기업인 이노베서의 연구 결과 의료리더의 82%는 AI가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67%는 AI가 직원들의 번아웃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식했다. 의료리더들의 69%는 AI가 의료진의 번아웃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부분을 우선시하고, 48%는 치료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AI에 관심이 있는 의료리더의 87%는 아직 AI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잠재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분야에 AI를 도입할 때 우려되는 부분도 함께 밝혔다. 의료 종사자들은 의료 데이터의 접근과 통합으로 인해 시간을 빼앗겨 진료에 집중할 수 없거나, 적시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AI의 데이터 편향은 의료서비스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하고 해석하기 쉬운 AI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며,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AI의 의료진단에 대한 책임소재와 오류 발생 시 대처 방안이 정립되지 않아 AI 윤리 정책수립과 안전장치 등이 시급하다는 점도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