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위기상황 불안한 상황 지나갔다" 발언에 비판↑
"집권 이후 대응은 늦어"…업계에선 "이미 늦었다" 반응
"美 농산물 수입 압박 높아지기 전 대응방안 마련해야"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에 출범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종별, 산업별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비상한 각오로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각오를 다지고 대응을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 위기감은 사라졌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누적으로 괴리감이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14일 "미국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에 경제팀은 다시 한 번 비상한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소폭 선회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맞춰 대응한다고 해석된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 타워로 금융·외환, 통상, 산업은 각각 거시경제금융회의, 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별도 회의체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정책의 경우 현안별로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미국과의 협력 채널을 가동해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선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무역 장벽이 높아져 국내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가 대표적이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약으로 외치고 다녔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대응책 마련은 당선 이후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당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 산업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자동차·배터리 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향후엔 관련 업계와 함께 민관 대미협력 전담반'(TF)을 구성해 본격 가동하고 글로벌 통상전략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가 트럼프 정권을 대비하는 단적인 예다.
배터리 업계에선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반응 일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는데 보조금이 폐지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이후 IRA 폐지를 막을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농업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어 우리나라가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철강 등에 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대미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위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상품(농수축산)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농업 정책에 있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때 우리나라 농가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돼지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 우리나라에 수입 확대 또는 수입선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며 "수입선 변경에 따른 국내 파급 영향이 발생할 수 있고 수입선 변경으로 수입 상대국과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요소를 사전적으로 분석해 우리나라와 미국, 무역 상대국 간의 이해관게가 성립되는 협상의 지렛대 품목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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