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자금 흐름 돕는 '상생결제제도'
결제일에 협력사 현금 지급 보장 제도
대기업·N차 협력사 동반성장 파트너로
활용 기업엔 각종 평가 우대·세액공제
그렇다고 리스크가 큰 어음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삐걱거릴 경우 N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연쇄 부도 위험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탄생한 것이 상생결제제도다.
18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상생결제제도는 거래기업이 결제일에 현금을 지급받고, 결제일 이전에도 구매기업 신용도 수준의 저금리로 은행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조기 현금화 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재단의 예치계좌에 금액을 보관했다가 지정 결제일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협약 금융 기관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여신전문회사 등 총 13곳에 이른다.
상생결제제도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원청이 하위 협력사로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기능을 갖춰 1차는 물론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안정적 대금 수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과 N차 협력사들의 동반상생
LG전자는 상생결제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의하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하도급 자금 지급액 2조194억3951만원 중 1조8602억8222만원을 상생결제로 활용했다. 비율 92.12%는 대기업 최고 수준이다.
2015년 처음 제도를 도입한 LG전자는 공격적으로 지급액을 늘리면서 안전한 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LG전자의 1차 협력사인 전자부품 제조기업인 미래코리아는 제도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LG전자는 2022년~2023년 미래코리아에 260억원대의 상생결제를 발행했다. 덕분에 자금 경색과 거리가 멀어진 미래코리아는 한결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LG전자에서 출발해 미래코리아로 이어진 긍정의 기운은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미래코리아는 2022~2023년 LG전자로부터 수취한 상생결제액 중 55%에 해당하는 147억원 가량을 2차 이하 협력사에 지급했다.
LG전자의 노력에 발맞춰 2018년 상생결제제도를 시행한 미래코리아는 부서 내 협업 시스템 구축, 2차 이하 협력사 대상 활용가이드 제시 및 참여 독려 등의 방법으로 안전한 대금회수와 자금 유동선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산 공공기관 중 첫 시도, 토대 마련한 부산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는 2021년 7월 상생결제제도를 시작했다. 부산 지역 공공기관 중 최초의 시도였다.
공사는 부서별 상생결제 실적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개발하고, 내부직원과 협력 기업 대상 교육을 진행해 참여율 제고에 열을 올렸다.
전방위적으로 노력한 결과 공사의 2022~2023년 85억8000만원이었던 상생결제 지급액은 올해 1162억원(10월 기준 158건)까지 수직 상승했다.
공사 관계자는 "계약금의 70% 이상을 선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협력 기업들의 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6개 은행과 약정을 맺었다"면서 "부산 지역에 상생결제의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 같은데, 우리가 조금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수기업엔 세무조사 유예 부여
상생결제제도는 협력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공공기관도 충분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활용 기업에는 동반성장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각종 평가에서 우대가 제공된다. 중견·중소기업이 상생결제 지급한 금액의 일정 비율(0.15%∼0.5%)로 법인세·소득세 공제(납부세액의 10% 한도)도 받을 수 있다.
1차 협력사인 중견·중소기업 중 실적 상위 5% 우수기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한도 상향(60→100억원)과 기보 기술보증수수료 감면(0.2%)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우수기업으로 뽑히면 국세청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올해 10월 말 기준 상생결제제도를 거친 구매기업은 772곳, 거래기업은 17만5212곳에 달한다. 총 운용액은 1156조2851억원이다. 기업수와 운용액은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 확대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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