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신고제라 서울시 개입 어려워
2021년 시작된 전동킥보드 견인…견인업체만 배 불려
전동킥보드 견인되자 민간자본 전기자전거로 방향 전환
자전거법 적용 받는 전기자전거, 견인할 법적 근거 없어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교통실 보행자전거과는 최근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불법 주차 문제에 관한 민원에 "전동킥보드의 무단방치, 안전사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은 정부나 지자체의 인·허가 사업이 아닌 세무서 '신고업종'이라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법령상 지자체에서 (민간 전동킥보드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어 우리 시가 대여업체에게 주차금지구역을 설정하도록 하는 등 직접적이고 강제적인 규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킥보드뿐만 아니라 민간 전기자전거 역시 같은 사유로 시가 직접 견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민간 대여자전거 대여사업 역시 정부나 지자체의 인·허가 사업이 아닌 세무서 신고업종이라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시에 직접 견인 권한이 없는 탓에 민간 전동킥보드 견인업체들이 수년째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전동킥보드 견인은 2021년 7월부터 서울시 조례에 의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합법화됐다. 서울 시내 견인구역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견인업체가 발견하면 즉시 견인이 가능하다.
전동킥보드 견인료는 조례에 의해 4만원, 보관료는 30분당 7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견인료 4만원은 경형 승용차, 이륜자동차, 2.5t 미만 화물자동차 견인료와 같은 금액이다.
서울 시내에 대규모 전동킥보드 견인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이경숙 서울시의원(국민의힘·도봉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9월 기준 전동킥보드 견인 신고 건수는 누적 39만979건에 달했다. 전동킥보드 운영업체 자체 처리는 15만7726건, 견인업체 견인 건수는 20만6112건이다. 이에 따라 총견인료(보관료 포함)는 100억4036만원으로 100억원 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전동킥보드 견인으로 돈을 버는 업체들이 늘면서 불법 견인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견인업체가 정상 주차된 기기를 견인구역인 차도로 끌고 간 뒤 직접 신고하고 견인한 것이다. 이 업체는 5일 간 견인 대행업무 금지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다시 불법 견인을 하다가 적발됐다.
나아가 전동킥보드 견인은 민간 전기자전거 급증이라는 풍선 효과를 일으켰다. 전동킥보드가 잇달아 견인되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자 전기자전거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전동킥보드를 운영 중인 업체 3곳이 2022년부터 공유 전기자전거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것 역시 전동킥보드 견인 경쟁의 결과였다.
거리에 방치된 전기자전거는 사실상 견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조례상 전동킥보드에는 견인료가 매겨지지만 전기자전거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조례에 전기자전거 관련 견인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견인업체로서는 전기자전거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법의 보호까지 받고 있다. 자전거법 제20조와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10일 이상 무단 방치된 자전거는 시·군·구청장이 이동해 보관하고 그날부터 14일 간 공고 절차를 거쳐 조치(매각, 기증 등)된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법의 적용을 받아 법령상 까다로운 절차를 밟은 후에야 비로소 견인이 가능하다. 민간 견인업체로서는 법령을 어겨가며 전기자전거를 견인을 할 이유가 없다.
서울시의회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공유 전기자전거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600대(4개 업체)에 불과했던 시내 공유 전기자전거가 지난 9월 3만1742대(7개 업체)로 3년 전 대비 20배 가량 증가했다. 이로써 전기자전거는 전동킥보드(4만4123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이용자가 늘면서 인도에 전기자전거가 방치돼 보행자와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순식간에 견인되지만 전동킥보드보다 크기가 더 크고 통행에 더 큰 불편을 주는 전기자전거가 정작 견인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이 서울 전역에서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기자전거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까지 있다. 따릉이는 지하철 역사나 버스 정류장, 대단지 아파트 등을 비롯해 통행이 많은 대여소에서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반면, 민간 전기자전거는 집 앞에서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견인도 되지 않는 민간 전기자전거가 갈수록 증가해 서울 전역에 깔린다면 따릉이는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김지향 의원은 "최근 3년 간 민간 공유 전기자전거가 전동킥보드 운영 대수의 72%에 육박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관리 대책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서울시는 과거 전동킥보드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공유 전기자전거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지난달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유 전기자전거 방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견인 제도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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