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 예비소집일…만학도 107명 수험표 배부받아
만학도 '뷰티·사회복지학과' 전공이 꿈…"한국사 자신 있어"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엄마도 대학 갈 수 있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수능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1시께.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일성여고)에서는 패딩을 입은 '어머니'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프지만, 피곤함도 잊은 채 응원에 열심인 만학도 어머니들이었다.
지하 1층. '붙으면 좋고 떨어져도 좋다'가 적힌 문구를 뒤로 하고 수험표 배부가 한창이었다. 만학도 107명의 이름이 차례로 불린 가운데, 호명된 이들은 가슴을 손으로 짚은 채 수험표를 받고 신청한 과목이 맞게 나왔는지 한참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한 손엔 수험표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지팡이를 짚은 채 출구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엄마들 대학가자!'
아직 수능을 보지 않는 고등학교 1·2학년 어머니들의 환호가 쏟아지자 이들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부둥켜 안고 '고맙다'는 말을 속삭이기도 했다. 교사의 지도하에 예비 소집 학교를 안내받은 이들은 마지막 결전을 앞둔 이들의 얼굴이 상기되기도 했다.
만학도 중 최고령인 임태수(82·여)씨도 이날 코앞에 닥친 수능에 한껏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대학에서 '실버케어비지니스'를 배우는 것. 임씨는 꿈을 위해 이날도 집에서 한국사 문제집을 볼 계획이라며 미소지었다.
임씨는 "손주가 3명이나 있는데 다 대학을 보냈다"며 "손녀딸이 할머니가 여행을 좋아하니까 대학을 붙고 하와이로 같이 놀러가자고 했는데 그 순간이 기대된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다는 송인재(62·여)씨는 겨울이 지나 내년에 '뷰티학과'에 진학하는 게 목표다. 송씨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는 할 수 있다, 배운 거 떨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시험 봐'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송씨는 "모의고사랑 또 다르니까 너무 떨린다"며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신 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풀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능이 끝나면 아들과 주꾸미볶음을 먹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슬하에 아이 셋을 둔 임명자(71·여)씨도 "일성여고에 들어온 건 인생 일기의 한 페이지로, 절대 잊을 수가 없다"며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일성여고 앞에서 요구르트를 팔며 만학도들의 도전을 지켜본 이정윤(36·여)씨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요구르트를 사서 수능 보는 만학도 분들한테 돌리던 광경이 너무 따스했다"며 "어르신들의 도전을 보니 애틋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등교는 평소처럼 하셨는데 계단을 내려올 때 보니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것 같다"며 "수능을 보는 평균적인 나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시험이기에 나이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시험을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예비소집이 진행된 가운데, 수능 당일 수험생들은 오전 8시10분까지 수험표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지참하고 지정된 고사장에 입실을 완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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