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앞둔 강아지도 돌봤던 30대…7명 살리고 하늘로

기사등록 2024/11/13 09:42:34 최종수정 2024/11/13 09:47:12

"누군가 살리고 떠나길 바라며 기증"

"안락사될 강아지 집에 데려와 키워"

[서울=뉴시스]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안구(좌우)를 7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故 이미정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4.1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갑작스런 심정지로 뇌사 상태에 빠진 한 3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뇌사 상태였던 故 이미정(37)씨가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안구(좌우)를 7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3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7월1일 갑작스런 심정지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고인이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마음의 위로를 얻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부산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동물병원에서 일을 할 때 눈이 보이지 않아 안락사 해야 하는 강아지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다.

고인은 고객센터 상담사 등 다양한 일을 했고, 친절하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를 인정받아 관리자인 팀장으로 일했다. 일을 처음 배우거나,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잘 챙겨 감사 편지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고인의 어머니 이제순씨는 “올해 4월 치매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미정이가 쓰러지기 3일 전인 6월28일 첫째 딸이 아이를 낳았다"면서 "정신 없는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딸과의 이별을 마주하게 돼 너무 슬프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어디선가 함께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며 살겠다"며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해 준 기증자 가족과 생명 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길 희망하며,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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