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내각 구성과 공약이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레드스윕(상·하원 장악)' 현실화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 종가는 결국 2년만에 1400원을 돌파하며 1400원대 '뉴노멀'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환율에 따른 외국인 이탈과 국내 경기 타격 우려에 코스피 역시 두달 만에 2500선을 내줬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종가는 전일 오후 3시30분 종가(1394.7원)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에 장을 마쳤다. 오후 종가 기준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 기록한 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증시는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4% 내린 2482.57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자 25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9월11일 이후 두달 만이다. 코스닥은 2.51% 떨어진 710.52에 마감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거세지면서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3333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2305억원, 109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165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48억원과 70억원을 순매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2기 내각 구체화에 따라 시장 불안이 높아진 결과다. 보호 무역과 관세 부과 등은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전날 당선인은 국경 통제를 맡을 인사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장 직무대행을 '국경 차르'로 발표했다.
이어 부비서실장에는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선임했고, 국경 정책을 관할하는 부서인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임명해 이민 강경책을 주도해 온 인사들로 내각을 꾸렸다.
트럼프의 이민 강경책은 서비스 임금 인상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이어진다. 관세 강화 공약 역시 경기 낙관론과 수입물가 촉발을 통해 물가 압력을 높인다. 이는 곧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이어지며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
시장에서도 연준이 금리 인하를 연기할 것이란 견해가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보다 늦추고, 바클레이즈도 내년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여 전망했다.
여기에 '레드스윕' 우려도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 상원에 4년 만에 공화당이 등극한 데 이어 하원도 조만간 다수당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레드스윕'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이민자 정책 등에 힘을 더하는 요소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대선 직전 103선에서 이날 105선 중반으로 올라섰다. 엔·달러는 지난 5일 103선 중반에서 이날 105선 후반대로 올라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리스크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달러화 대항 통화 부재 등을 근거로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1400원대를 중심으로 한 등락 내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채권 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8bp 빠진 2.883%로, 5년물은 2.0bp 내린 2.928%로 집계됐다.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2.9bp, 2.8bp 떨어졌다.
가상자산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업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오후 4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대비 10.12% 오른 1억2716만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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