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흉기 들고 간 것은 자해 등 위한 것"
유가족 "감형 없이 엄중한 처벌 이뤄지길"
[부산=뉴시스]권태완 이아름 기자 = 부산에서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12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준비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A씨는 진한 녹색 수의와 노란 명찰을 단 채 법정에 출석했다.
A씨 측은 "살인 행위 자체에 대해서 인정한다. 다만 공소장에 기재된 것과 같이 계획적인 살인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면서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 이는 A씨의 심신미약이나 상실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어떤 의도로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는지다. 정신감정을 통해 사건 당시 A씨가 자해 또는 극단적 선택 충동이 있었던 것을 입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은 또 "사건 당일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 아닌 자해 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흉기를 들고 갔다는 사실을 증명할 지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울산지법에서 절도와 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살인 사건과 울산지법에서의 사건을 모두 합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정에 방청 온 유가족들은 공판 과정에서 양형 증인으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와 검찰 측에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여동생은 "가해자가 감형받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고 느꼈다. 감형 받을 방법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말고는 없겠지 않느냐"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약은 오래 먹었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심신미약을 주장할 줄 알았다. 약 먹는다고 다 심신미약 되는 건 아니다"라며 "감형 없이 엄중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한다. 최근 교제 살인이 반복되고 있는데 법이 약해서라는 생각밖에 안 되더라. 무조건 사형, 무기징역 이상 나오면 가해자들이 여자들을 계속 죽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라고 엄벌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12월10일로 지정했다.
A씨는 지난 9월3일 오후 6시40분께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헤어진 여자친구 B(20대)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에 찔려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약 1년간 교제하다가 최근 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같이 집에 들어간 뒤 B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하며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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