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GS칼텍스 홈 경기서 딸과 함께 시구·은퇴식 진행
25년간 선수 생활…"구단 덕에 출산 후 복귀할 수 있었어"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한국 여자 배구의 레전드 정대영이 엄마를 따라 배구를 배우는 딸과 함께 25년의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대영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홈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진행했다.
이날 정대영은 "오늘 '눈물의 은퇴식' 말고 '행복한 은퇴식'을 하고 싶었다"며 "팬분들로부터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이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감사드렸다"고 은퇴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프로배구선수를 꿈꾸는 딸 김보민(제천여중)양과 함께 함께 코트에 올라 이날 경기 시구를 진행하며 은퇴식에 의미를 더했다.
지난 시즌 43세의 나이에도 코트를 누비며 '엄마 선수'이자 현역 최고령 선수로 활약했다.
25년 전인 지난 1999년 양백여상을 졸업한 후 당시 실업팀이었던 현대건설에서 성인 배구 무대에 데뷔한 정대영은 2024년까지 무려 25년간 코트를 누볐다.
프로 출범 첫해인 지난 2005년 득점상과 블로킹상, 수비상에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까지 휩쓸며 레전드의 탄생을 예고했던 그는 지난 시즌까지 V-리그 통산 19시즌 523경기 1968세트 출전, 5653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정대영은 GS칼텍스에서 두 번(2007~2008시즌·2013~2014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도 2번(2017~2018시즌·2022~2023시즌)이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엔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를 36년 만에 4강으로 이끌었다.
한국도로공사 시절 정대영을 지도했던 김종민 감독은 이날 정대영에 대해 "한국 여자 배구의 레전드다. 저희 팀에 있을 때 고참이었음에도 훈련도 열심히 하고 몸 관리도 잘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정대영은 여자 배구선수 최초로 출산 휴가를 받고 복귀한 '엄마 선수'였다는 것에도 한국 배구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날 정대영 역시 이 부분을 언급했다.
정대영은 "솔직히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저는 구단에서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저를 보고 그렇게(출산 후에도 선수로 복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친구들도 계속 뛰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꼭 다시 복귀했으면 좋겠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져야 배구계 분위기도 바뀌고 선수층도 두꺼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신을 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딸 김보민 양 역시 엄마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로서 엄마는 제 롤모델이기도 하다. 배울 점도 많고, 엄마처럼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정대영 역시 딸을 향해 "딸이 배구를 늦게 시작한 편인데 또래 친구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그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고도 집에 들어와선 내색을 전혀 안 한다. 나 때와는 다르게 요즘 친구들은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힘든 길인데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거의 주말에만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집에 항상 같이 있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 운동장에도 같이 가서 볼도 때려주기도 한다"며 은퇴 이후 딸과 더 돈독해진 관계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대영은 은퇴 이후 인생 제2막에 대해 "지도자 공부를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소년부터 시작할 것 같다. GS칼텍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면 (반갑게 응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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