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한달간 체육회 비위 점검 실시
업무방해·금품 수수·횡령 등 8명 수사 의뢰
이기흥, 자격요건 완화해 특정인 채용 강행
"부당 채용으로 피해본 분 30명 이상 규정"
올림픽참관단 지인 추천, 상습폭언 등 의혹
체육회, 280억원 후원 물품 사용 관리 미흡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채용 자격요건을 완화해 자신의 자녀 친구를 뽑도록 하는 등 체육회 내 비위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정부는 이 회장 등 8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은 10일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단은 지난 10월8일부터 11월8일까지 대한체육회 본부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대한체육회 임직원 등 관련자 70명에 대한 대면 조사를 벌였다.
점검단은 이기흥 체육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혐의로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또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및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 기타 위규에 대해서는 관련자 11명을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첩해 감사·징계 등 법에 따른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통해 자신의 자녀 친구인 A씨 채용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당 직위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담당자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요건이었다.
이에 이 회장은 관련 담당자들에게 해당 직위의 자격요건 완화를 수차례 지시했다. 2022년 6월 '요건 완화시 연봉 하향 필요' 보고를 묵살했고, 7월에는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2022년 8월 국가대표 경력, 지도사 자격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채용공고가 이뤄졌다. 이 회장에게 A씨 이력서를 전달받은 선수촌 고위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고, A씨는 최종 채용됐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경쟁률이 32대 1이었기 때문에 이 분의 부당한 채용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 30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저희들은 규정한다"고 밝혔다.
점검단은 또 선수촌 고위간부 C씨가 이 회장 승인 하에 특정 스포츠종목단체 회장 D씨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사에 따르면 D씨는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5월께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표했고, 이후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은 뒤 약 8000만원을 대납했다.
이 회장은 또 총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이들이 계획에 없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들 5명은 경기 관전, 선수 격려 등 정해진 참관단 일정에 일부 불참하고 관광 일정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점검단은 또 이들의 항공료(1인당 301만원~336만원)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도했으나 체육회 등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점검단은 이 회장의 상습적 욕설과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 관련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직원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6월 직원 채용 요건 완화시 연봉을 하향해야 한다는 보고에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욕설과 폭언을 1시간 가량 이어갔다.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관련 회의에서 "문체부 장관이 행사에 온다면 당신을 인사조치하겠다"고 말하거나, 2021년 상반기 예산 담당자들에게 "넌 문체부 XX야, 체육회 XX야"라고 폭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회피 목적의 지방 일정 진행 정황도 확인됐다.
이 회장은 10월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날 전북 남원시에서 열린 '국립 유소년 스포츠콤플렉스센터 건립' 업무협약식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러나 해당 협약식은 오전 11시55분 종료됐고, 이 회장은 오후 5시33분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인근 식당에서 선수촌 직원들과 10시20분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문체위 국정감사는 다음날 1시39분까지 이어졌다.
다만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는 행정부 내부 조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인 만큼, 점검단은 "행정부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고 만약 국회에서 자료 요청이 있다면 적극 협력해서 후속조치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체육회 소유의 약 6300만원 상당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이 중 휴대전화 14대(1700만원 상당) 등을 배부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타 부서 배정 후원물품 중 3500만원 상당을 회장실로 가져와 1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쓰거나 방문객에 제공한 의혹 등을 받는다.
체육회 차원의 방만 운영 문제도 제기됐다. 점검단은 체육회가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후원·기부나 수익사업을 통해 총 280억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았으나, 후원 관리부서는 사용부서에서 물품을 적정하게 사용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사용부서도 기록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체육회 정관을 위반해 이사회 사전 의결 없이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참관단 운영예산 선집행,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 없이 수의계약 사유를 확대한 계약규정 개정 등이 운영상 문제 사례로 적발됐다.
다만 기재부 장관 승인을 얻지 않은 계약규정 개정에 대해서는 문체부 책임이 있다고 점검단은 지적했다.
서영석 관리관은 "기재부에 보내서 승인을 얻었어야 되는데, 문체부까지만 올라갔고 기재부에 안 간 상태에서 이 규정이 승인됐다"며 "문체부 담당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 문체부에 통보해서 해당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점검단은 "이번 점검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9일 5일 중 대면 조사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전례가 없는 서면조사를 요구하며 장기간 출석을 지연해 회피했다.
이밖에도 점검단 방문일에 업무용 PC 하드디스크를 제거하거나 자료를 보관하고 있음에도 제출을 거부하고, 연가를 사용해 추가 조사에 불응하는 등 조사 방해 사례가 다수 있었다.
점검단은 이에 대해 "공직복무점검단 점검은 수사와 감사와는 달리 압수수색이나 강제 출석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불가피하게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도록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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