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철탑 수백개가…" 송전선로 설명회 긴장 고조

기사등록 2024/11/08 18:54:54 최종수정 2024/11/08 19:42:16

주민 강력 반발 속 한전 사업설명회…"분쟁의 신호탄"

생물권보전지역인데 345㎸ 송전선로 130기 철탑 관통

주민들 "지방 희생 팔아 수도권 불 밝히는 정부 원망"

[고창=뉴시스] 8일 고창군 시가지에 한국전력공사의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 현수막과 이 사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동시에 내걸렸다. 사업 추진을 놓고 한전과 고창군 주민들의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고창=뉴시스] 김종효 기자 = 전북 고창군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의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사업설명회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오는 11일 고창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릴 것으로 예고되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8일 고창군 시가지 곳곳에는 사업설명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사업의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현수막까지 내걸리며 수확철 이후 여유로워야 할 농촌도시가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전이 예고한 사업설명회 당일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설명회장을 점거해 설명회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계획까지 흘러나오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업설명회는 그간 일부 주민들 사이 소문만 무성하던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한전이 사실상 공개 사안으로 전환한 것으로 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앞서 한전은 '신장성-신정읍 변전소'를 연결하는 345㎸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추진 중이다.

서·남해안권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송전선로가 설치되는 대상 지역은 7개 시·군이다.

이중 고창군은 10개 읍·면에 130기 가량이 예정돼 있어 행정구역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송전탑 설치가 아닌 해저케이블 또는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
 
주민설명회는 고창군 송전선로입지선정위원회의 강한 요구를 한전 측이 수용하면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정상적인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고창군민들은 한전의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예의주시하며 2가지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첫째, 130기 가량의 송전탑이 고창군을 관통하는 모양새로 건설될 경우 발생하는 선하지 전자파 피해는 물론 행정구역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에 대규모 송전탑 설치가 미치는 자연자원 및 경관 훼손 등이다.

둘째, 민선 7기 고창군이 현 신활력산업단지에 닭고기육가공업체를 유치하려다 발생했던 주민과의 장기간 대규모 마찰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주민들이 맞서고 있는 분쟁의 대상이 한전이란 점은 과거와 다르지만 평온한 시기 갑작스러운 분쟁이 지역사회에 끼칠 혼란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깊다.

실제 신림면의 경우, 이미 철탑만 50여기가 들어서 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고압전선 통과에 따른 전자파와 소음 등으로 주민들은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고창군이나 신림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초고압의 송전선로가 지나가면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왔다"며 "더 이상의 철탑 건설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번에 설치될 송전탑의 전기도 결국 수도권으로 향한다"면서 "말로만 지역 균형발전이지 지방의 희생을 팔아 수도권의 등을 밝히면 된다는 식의 정부 정책이 원망스러워 몸이라도 던질 생각"이라며 설명회에서의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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