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발간 '2023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
작년 장애인 학대 의심사례 2969건…12.4% 증가
"장애인들, 지역사회로 나오면서 신고 의식 높아져"
'신고의무자' 범위 늘고 공무원들 교육도 이뤄져
새로운 학대 등장하기도…"사후 지원도 강화해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작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학대 신고가 전년 대비 10% 이상 크게 늘어나는 등 장애인 학대 신고가 수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방교육 등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와 주변인 모두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3 장애인학대현황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는 5479건으로 2022년 4958건 대비 10.9% 증가했다.
이 중 장애인차별사례, 복지상담, 개인간 다툼을 제외한 학대의심사례는 2022년 2641건에서 2023년 2969건으로 328건(12.4%) 증가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파악하는 장애인 학대의심사례는 2018년 1835건→2019년 1923건→2020년 2069건→2021년 2461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장애계에선 장애인 학대 신고가 늘어난 이유를 학대 현상 자체가 늘었다기 보단 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민감도가 올라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경우 예전엔 학대를 당해도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신고할 생각을 못했다면, 요즘엔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면서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많다고 한다. 본인 신고는 2018년 194건에서 2023년 530건으로 173% 많아졌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과거엔 집 안에서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젠 장애인과 지역사회와 연결고리가 많아지면서 어딘가에 (학대 피해를) 알려야 한다는 인지가 되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주변인들도 법과 교육으로 학대 예방 및 대응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직무상 장애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신고의무자'에게 장애인 학대 및 성범죄 예방 관련 교육과 신고의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신고의무자는 학대 행위를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러한 신고의무자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장애인활동지원인력, 의료인 및 의료기관 장, 어린이집 원장 등 보육교직원 등이 포함된다. 이 범위는 점차 확대돼 2022년엔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과 종사자, 장기요양인정 신청 조사 담당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종사자가 새롭게 신고의무자가 됐다.
신고의무자가 아니더라도 교육기관·의료기관·장애인 지원기관 등 유관기관 종사자들과 공무원들은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받는다. 이들에 의한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최근 학대 특징을 보면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학대가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달 지적장애인에게 몰래 변비약을 먹이거나 성희롱과 성추행을 한 유튜버들이 경찰에 고발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니터링하면서 확산을 저지하고 있지만 온라인은 워낙 속도가 빠르고 연령 제한이 없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학대 사례를 분석하면서 예방 조치를 늘리고 조기 발굴 또는 사전 개입할 수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인데, 사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신고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학대 상황이 벌어진 후 이뤄지는 긴급지원 같은 대응 체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 체계를 단단히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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