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리 기자회견서 머스크 테슬라 CEO 언급
"우리 인재 중 최고로 중요…슈퍼 천재 보호해야"
불필요한 규제 개선하는 정부효율성위원장 맡을 듯
페북·인스타 정지 등으로 악연 쌓은 메타에는 보복 예상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새로운 스타가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는 훌륭한 사람으로 나와 함께 했다. 우리가 가진 인재 중에 최고로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가 보유한 이 슈퍼 천재를 보호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대선 승리를 이끈 주요 인물로 소개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왔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 7500만 달러(약 1046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엑스, 스타링크, 스페이스X 등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간 희비가 엇갈렸다. 머스크와 달리 저커버그의 메타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메타 수난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인정한 '천재' 머스크, 테슬라·엑스·스타링크 날아오르나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오전 4시(한국 시각 6일 오후 6시) 기준 선거인단 매직넘버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며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정치적 승리"라며 당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승리를 도운 주요 인물을 한 명씩 언급했다. 이 가운데 머스크도 지목돼 눈길을 끌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22년 당시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복구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지난 2021년 1월 그의 지지자들이 미 연방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는 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했다는 이유로 영구 정지된 바 있다.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퇴출한 것은 옳지 않다"며 "내가 트위터 주인이 된다면 (계정 정지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권) 지지 청원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한 명씩 추첨해 상금 100만 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머스크에 대해 "새로운 스타"로 칭했다. 이어 최근 스타링크가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 스타링크 시스템을 지원한 점을 들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 시스템을 제공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천재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도 이날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개표 방송을 지켜보면서 데이나 화이트 UFC 사장 등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게재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미국의 CEO,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라는 내용을 달았다. 이어 스페이스X 로켓을 발사한 사진과 함께 "미래는 환상적일 것"이라는 글도 올리며 트럼프 당선을 축하했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머스크가 주도하는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자율주행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승인이 중요하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만들 것을 줄곧 요청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머스크 요청대로 위원회를 만들 것이며 위원장을 머스크에게 맡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유력 소식에 테슬라 주가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선거 당일인 5일 오후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최대 13%대 상승율을 보였다.
◆트럼프 "백악관 복귀 시 저커버그, 감옥 보낼 것"…트럼프 당선에 먹구름 낀 메타
한편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메타는 먹구름이 꼈다. 저커버그와 트럼프 간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 간 악연은 2020년 6월부터 시작됐다. 저커버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 "대통령의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이 매우 충격적이고 역겹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 관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메타는 2021년 1월 미 연방 의회 의사당 점거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활동을 정지시켰다. 머스크의 엑스가 트럼프 계정을 복구한 것과 달리 메타는 지난해 3월에서야 그의 계정을 복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커버그에 대해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며 지속적으로 그를 견제해 왔다. 미 의회가 지난 3월 틱톡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을 없앤다면 페이스북과 저커버그 사업이 2배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사기를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백악관 복귀 시 저커버그를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달 펜실베니아주에서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피습 사건에 대해서도 트럼프와 메타 간 갈등이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글, 페이스북이 해당 사건과 관련한 게시글을 검열하고 있다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타 측은 내부 시스템 오류라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머스크가 운영하는 엑스, 스타링크, 스페이스X 등과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메타 수난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플랫폼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망 사용료 이슈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CSP)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 전송하는 데이터 양과 상관 없이 같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바 있다.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미국 내 망 사용료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반가울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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