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서남구간 일원 발굴 조사 현장 공개
옹성 등 성 첫축조 당시 성문시설 등 확인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국가유산(사적)인 울산경상좌도병영성에서 조선시대 전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문 터'가 확인됐다. 이 곳에서 성벽, 해자, 기와, 분청사기 등을 비롯해 특히 노비들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병마절도사 장붕익 선정비가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울산 중구는 6일 중구 서동 519번지 일원에서 '울산 경상좌도병영성 서남구간 일원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 왜적의 내륙 침입을 견제하는 등 동남 해안권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성(城)이다. 경상좌도 육군을 지휘하던 병마절도사가 머물던 곳이다.
중구는 병영성 서남쪽 잔존 성벽 구간을 정비하기에 앞서 성벽의 선형과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 2022년부터 울산연구원에 의뢰해 병영성 서남구간 일원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결과 중구 서동 519번지 일원에 병영성 첫 축조 당시 성문 시설인 옹성과 문지도리석, 원산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지도리석은 문짝과 문설주를 잇는 문지도리를 꽂히는 돌이다. 원산은 여닫이 문짝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턱, 장대는 전쟁 시 군사 지휘에 용이한 곳에 지은 장군의 지휘소를 뜻한다.
해당 위치는 조선시대 문헌자료에 따라 서장대(西將臺)가 있던 자리로 추정되던 장소다.
발굴 조사단은 이번에 확인된 성문 시설을 병영성의 남문으로 보고 있다. 병영성 첫 축조 당시 남문이 존재했으나 16세기 전란 등으로 병영성이 훼손됐고 18세기경 수리 과정에서 병영성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짐에 따라 남문 자리에 서장대가 들어서고 남문은 다른 위치에 새롭게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남문 터' 발견은 그동안 알려졌던 병영성의 위치와 구조가 실제와 다르다는 점, 15세기 남문에서 18세기 장대로 시설의 기능적 변화가 확인된 점, 기존 병영성에서 확인됐던 성문의 축조 방식과는 다른 남문만의 특징들이 확인된 점 등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절도병마사절사 장붕익을 기리는 선정비가 1기가 발견됐다. 이 비를 세운 주체가 노비들이라는 점이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장붕익은 1715년(숙종 41년) 9월11일에 경상좌도병마절도사에 임명돼 울산에서는 22개월간 근무했다고 한국향토문화사에 기록돼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장붕익 선정비는 1718년(숙종 44년) 2월 장교들이 세운 것으로 울산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 보관하고 있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울산연구원 관계자는 "전근대 신분제 사회의 최하층 신분인 노비가 비석을 세우는 주체가 됐다는 사실이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며 "비석 내용에는 '군무를 열심히 하시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 노비에게 베출어 주셨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려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중구는 내년에 관련 자료 보완과 고증 등을 위한 '서남구간 일원 보수정비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구는 병영성의 보존·관리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병영성 서문지부터 북문지·동문지에 이르는 성곽 구간에 대한 발굴조사와 정비를 진행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서문지·북문지·동문지 정비 계획도 수립했다. 이어 올해 초 북문지·동문지 정비 공사를 시작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서문 복원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영길 중구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병영성의 사대문 가운데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남문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향후 병영성 정비사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구청장은 "내년부터 진행될 병영성 서문 복원 사업과 연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병영성 보존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