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미니 앨범 '폴린' 발매, 그리움이 주제
"건강했던 엄마, 언제나 가장 큰 그리움"
경험 기반으로 한 가사 "솔직함은 나의 철칙"
"'비도 오고 그래서'는 가장 헤이즈다운 노래"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내 옆에 더 이상 없고, 사라져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잖아요. 털어내는 게 쉽지 않지만 붙잡고 있을 필요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가수 헤이즈는 그리움의 무게를 잘 아는 듯했다. 스스로 '그리움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발표한 앨범마다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헤이즈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인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로 스며든다.
헤이즈가 6일 발매하는 아홉 번째 미니 앨범 '폴린(FALLIN')'에도 그리움을 써내려간 여섯 곡이 담겨있다. '폴린'의 사전적 의미인 '떨어트리다'에 초점을 맞췄다. 묵은 그리움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는 의미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헤이즈는 "계절이 지나는 것처럼 그리움에 대한 감정이 정리된 것 같다"며 새 앨범을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서 헤이즈는 대다수의 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그리움'이라는 앨범 주제에 어울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했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곡을 쓸 때나 부를 때 그리운 대상을 떠올리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대상들이 떠올랐어요. 가족에 대한 감정이 가장 컸고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고요."
그리움의 대상이 가족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먼저 떠올린 데는 헤이즈의 상황이 작용했다. 헤이즈는 "어머니께서 편찮으신지 몇 년 됐다. 제가 계속 옆에서 어머니를 돌봐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며 "누구나 엄마와 딸은 애틋한 관계기도 하고 언제나 가장 큰 그리움이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폴린'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풋풋하고 미숙했던 사랑에 빗대 이야기하는 노래다. 바아이가 쓴 곡으로 타이틀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소속사 대표인 싸이가 이 곡을 제안했다고 한다. "폴린을 타이틀로 하면서 자신이 쓴 곡들이 하나의 메시지로 모일 수 있었다"며 "내부에서 반응이 워낙 좋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4년 데뷔한 헤이즈는 엠넷(Mnet) 여성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 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초창기 거칠고 자유분방한 색깔을 냈던 그의 음악은 10년 동안 아홉 장의 미니 앨범과 두 장의 정규 앨범을 거치면서 감성적인 멜로디와 공감을 자아내는 곡들로 채워졌다. 덕분에 팬들에게서 '이별 노래 장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널 너무 모르고' 등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부담될 법도 하지만 그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가 혼자 고민하고 만든 곡들이 사람들에게 잘 전해질까, 진심이 전해질까 긴장이 되고 불안하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하니깐 부담은 당연한 거고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원 차트 순위에 대한 불안도 있느냐'고 묻자 헤이즈는 성적을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답을 들려줬다. 헤이즈는 "앨범이 한창 잘 될 때가 있었지만 계산하고 만든다고 히트곡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들어주시는 분들에게 그만큼 진심과 감정이 잘 전달되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쓸쓸하고 아련한 헤이즈의 노래는 개인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기장에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 10년째 지켜온 그의 작업 방식이다. 자신의 슬픔과 우울조차도 창작의 재료로 써야 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숙명이지만 헤이즈는 솔직함을 철칙으로 지킨다고 한다. 최근에는 스스로 제재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한다.
"제가 쓴 곡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일기처럼 쓴 곡이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가 철칙처럼 지켜야 하는 내용이라고 보는데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넓은 시간을 가지려고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에게 '가장 헤이즈다운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자 "'비도 오고 그래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장 저 다운 곡이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비가 내리는 날씨를 좋아했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담아내서 그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헤이즈라는 이름을 알려줬기 때문에 너무 고마운 곡이라고 생각해요."
헤이즈는 앞으로의 10년도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는 밝은 곡으로 찾아뵙겠다"고 귀띔을 하기도 했다. "과거의 그리움을 다 털어낼 수 없지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건 있어요. 그리운 과거가 될 지금에 집중하자는 생각도 하게 됐고 이 시간도 소중해질 것이라 생각하며 항상 마지막처럼 활동하려 합니다."
'폴린'은 이날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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