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빚 해법 '리츠' 제안…이창용 "서초구 공급에 도입해야"(종합)

기사등록 2024/11/05 18:13:49 최종수정 2024/11/05 18:24:16

한은·한국금융학회 정책 심포지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11.0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과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가계가 대출이 아닌 자기 자본을 이용해 리츠(REITs)에 투자하고 임차인으로 리츠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방식의 '한국형 뉴(New) 리츠'를 제안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 등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 방안에 해당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5일 오후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금융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발표에 나선 김경민 서울대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가계부채 완화 방안으로 가계가 자기 자본을 활용해 리츠에 투자하여 주주가 되면서도 임차인으로 거주할 수 있는 '한국형 New 리츠'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만을 목표로 한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와 달리, 주거 비용을 가계대출이 아닌 지분 방식으로 대체해 임차인은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면서 리츠 투자자로서 배당금 및 지분 매도 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대출이 아닌 지분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계부채 누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8·8 대책에 따른 토지 조성은 민간 리츠가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해 운영하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국토부가 서울 서초동 등 좋은 자리에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몇 곳은 리츠 제도를 통해 진행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번 공급 대책 중 일부를 가계부채도 줄이고, 공급 보증 쪽으로 가서 바뀔 수 있는 단추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지난 8·8 주택공급 방안 대책의 후속조치로 서울과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에 주택 5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후보지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와 경기권의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4개 지구다.

김 교수와 한은이 제안한 '한국형 뉴리츠'에 대해 김승범 국토교통부 부동산투자제도 과장은 "성공 관건은 토지를 얼마나 싸게 매입할 수 있는지"라면서 "세제 혜택 제공 등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지분 금융 방식의 소유 방안은 리츠 말고도 다른 수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집 수요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집값 하락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제는 가계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보다 구조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며 기업들은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축사를 통해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욱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에도 반박하며 가계부채가 걸림돌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한 달 미루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좌장으로 얄린 세션에서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가계부채에 대해 "'영끌' 등으로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공급과 갭투자로 이어지는 전세보증제도가 전세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DSR 등 차주별 상환 능력을 고려한 규제와 서울 지역 부동산 수요 분산 및 공급 확대와 같은 주거 및 부동산 시장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갭투자 유인 증가와 전세가격 상승을 유발한 전세보증제도는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금융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참석자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고탄소배출 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전환금융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한계기업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금융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존의 녹색·기후금융은 고탄소 배출 기업이 배제되는 한계가 있다"며 "이들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돕는 전환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의 전환부문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기후 전환채권 및 전환대출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ESG 및 기후 공시에 전환부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최근 한계기업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 실적 개선과 통화정책 긴축 완화로 한계기업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계기업 리스크 관리와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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