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3조 '세일즈' 김동연 "순방 최대 성과는 '사람'"

기사등록 2024/11/03 14:00:00 최종수정 2024/11/03 17:02:16

오스트리아·네덜란드 '반도체 세일즈' 순방

"업무적 성과는 기본…분명한 성과 있어야"

K-문학 소개, 한강 '채식주의자' 선물하기도

[알메르(네덜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알메르 ASM 본사에 들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정명근 화성시장, 히쳄 엠사드(Hichem M'Saad) ASM 대표(CEO)와 '경기도·화성시·ASM 상생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경기도 제공) 2024.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암스테르담(네덜란드)=뉴시스]이병희 기자 = "해외 출장의 가장 큰 성과는 만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게 제일 좋았어요. 물론 업무적인 성과는 기본이죠. 분명한 성과가 예상되지 않으면 출장 갈 이유가 없죠."

유럽 순방을 통해 도내 반도체 장비 납품 3조원 세일즈, 인력 양성 교류 등을 성사시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호텔에서 진행한 동행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사람'을 꼽았다.

김동연 지사는 "대부분 해외 나와서 만나면 굉장히 가까워진다. 이번에 만났던 오스트리아 장관, 네덜란드 주지사, ASM과 ASML CEO 전부 그런 신뢰나 우정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창하게 대접받는 것보다 기탄없이 토론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식견과 비전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그 사람들로 하여금 더 신뢰를 갖게 한다"라고도 했다.

김 지사가 순방 중 대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반도체'다. 그는 반도체 '노광(露光)장비' 세계 1위 기업 ASML, '증착(蒸着) 장비' 생산 세계 1위 기업 ASM에서 주요 임원들을 만나 AI 반도체의 부상과 반도체 산업 전망,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주의 등에 대한 대화를 이끌었다.

김 지사는 "사실 나는 이번에 '사명감'을 가지고 왔다. 대한민국 반도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산업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투자 몇 조'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반도체 산업의 장래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반도체 시장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갈지,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갈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삼성, 하이닉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비전과 활로가 깔려있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ASML 측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계획과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계획을 물었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며 "3조원 납품 조달이나 인력 양성 성과도 있었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와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도는 이번 순방에서 ASML과 반도체 산업발전의 핵심인 인력양성과 교류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고, ASM과 3조원의 도내 기업 부품 구매 협력·도내 대학생 취업 기회 제공 등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노르트브라반트(네덜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동연 지사가 3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반도체 노광(露光·Lithography)장비 세계 1위'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인 앨런 총괄부사장(CSPO)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2024.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김 지사의 소통 능력도 순방에서 성과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만나는 사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거기에 맞추면 대화하기 좋은 주제가 나온다"며 "7개월 전에 만났던 ASM CEO와는 '옛 친구를 다시 만나서 반갑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SM 회담은 두 사람의 친분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른 방문지에서는 각 나라에 맞는 소통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노동경제부 장관을 만났을 땐 "경기도에는 경기필하모닉이 있는데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케스트라다. 경기필의 올해 첫 공연곡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었다. 경기도와 도민이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예술,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고 '리스펙트(respect)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네덜란드 노르드브라반트 주지사 면담에서는 비공식적인 노르트브라반트주 노래로 불리는 '구스 메이위스(Guus Meeuwis)'의 포크송 '브라반트'를 언급하며 상대방의 관심을 끌었다.

또 김 지사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어·독일어본을 준비해 방문지마다 선물했다.

그는 이 선물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뽐내고 싶었다. '여러분이 한국을 반도체나 산업강국으로만 알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도 강한 나라다'라고 K-문학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나 아데마 노르트브라반트주 주지사는 단번에 '올해 노벨상 수상작'을 알아봤고, 히쳄 엠사드 ASM CEO는 "다음에 만날 때 독후감을 내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 지사는 "이번 출장의 핵심은 반도체와 오스트리아·네덜란드와의 협력이었다. 3조원의 도내 기업 물품 조달 계획, 반도체 인력양성 같은 성과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서로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동연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대표단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협력 강화와 첨단산업 투자유치 세일즈를 위해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등 유럽을 방문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에이에스엠(ASM)과 에이에스엠엘(ASML), 첨단산업 중심 도시 '노르트브라반트주'를 방문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오스트리아 노동경제부 장관,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전시회 참가 경제인 등과 소통했다.

[빈(오스트리아)=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현지시각) 오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노동경제부 청사에서 마틴 코허(Dr. Martin Kocher) 노동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2024.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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