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있을 때만 출근하라고…받아들여야 하나요?[직장인 완생]

기사등록 2024/11/02 09:00:00 최종수정 2024/11/02 10:40:16

회사 사정 안 좋아져 출근 불안정해져…임금도 삭감

계약서 상 조건이 우선…불이익하게 변경 시 동의 필수

휴업수당 청구할 수도…통상임금 70% 이상 지급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온라인 기반 도소매 업체에 다니는 A씨는 최근 회사 경영난으로 인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주5일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일이 있는 주에만 나와서 일해줬으면 한다는 제안을 받게 됐다. 앞으로 주당 몇 시간을 일하게 될지 등 근로조건이 명확히 정해지지도 않은 채 임금이 대폭 삭감될 상황이 된 것이다. A씨는 "차라리 권고사직이면 실업급여라도 받으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텐데, 그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맘대로 근로시간을 축소해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알리나 테무 등 해외 직구 쇼핑몰의 상승세와 1조원대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벌어진 '티메프' 사건으로 영세 온라인 도소메업이 주춤하고 있다. A씨의 회사처럼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많다.

A씨는 회사 사정 때문에 현재 임금이 대폭 깎일 위기에 처했다. 주5일, 주당 40시간의 근로계약을 맺고 매달 같은 임금을 받았지만, 일이 있는 날에만 일하게 되면 사실상 시간급을 받고 일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A씨는 사측의 요구를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측의 일방적인 제안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측이 제시한 대로라면 임금이 깎이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계약 당시보다 근로조건이 악화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때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일 A씨가 사측의 요구를 거부하면 근로시간도, 임금도 사측이 맘대로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근로계약기간 중에 근로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저하)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되고, 무효가 된 부분은 변경 전의 근로조건이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A씨가 사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임금 감소를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휴업수당'을 청구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휴업하는 경우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을 일하던 A씨가 사측의 요구대로 4시간만 일했다면 일한 4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나머지 4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70%의 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줘야 한다.

또 휴업이 '결근'은 아니므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주휴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1주 간 소정근로일 전부를 휴업하지 않은 경우 휴업인 날을 제외하고 전부 개근했다면 유급 주휴일을 부여해야 하고, 전부를 휴업한 경우에는 유급 주휴일도 휴업기간에 포함해 휴업수당을 산정해야 한다"고 행정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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