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컨트롤타워' 여가부장관 8개월째 공석…임명 건의도 없어

기사등록 2024/11/03 08:30:00 최종수정 2024/11/03 08:42:15

국무회의서 장관 임명 건의 1번도 안해

차질 없이 업무 수행 중이라는 여가부

여성폭력 논의 자리서도 여가부는 빠져

"대통령 보고사항에도 딥페이크는 없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10.30.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오늘로 여성가족부 장관 공석 257일째. 딥페이크, 교제폭력 등 여성폭력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실종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범정부적으로 여가부 장관 임명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조속히 공백을 메꿔 주무부처로서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김현숙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열린 35번의 국무회의에서 단 한 번도 장관 임명 건의를 하지 않았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올해 6월 우리 정부에 여가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여가부는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며 건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실도 임명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같은 장관 공백은 지난 30일 열린 국회 여가위의 여가부 국정감사에서 심판대에 올랐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는 여성가족부"라며 "여가부가 중심을 잡고 경찰, 방심위, 법무부 등과 협력해야 하는데 8개월째 장관 공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여가부는 장관 임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국회에 와서 임명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느냐"고 송곳 질의를 던졌다.

다만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차질 없이 업무 수행 중", "인사권에 대한 부분은 말하기 어렵다" 등의 발언으로 일관했다. 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과 관련해선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며 주도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여성정책의 수장이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국회에서도 우려가 모인 셈이다. 특히 딥페이크, 교제폭력 등 여성폭력의 기승 속에서 주무부처가 '식물부처'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9.04. xconfind@newsis.com

여가부는 주무부처임에도 여성폭력 현안 관련 논의의 장에 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5월12일 열린 '사이버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는 여가부 없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법무부, 경찰청으로만 구성됐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 체계 '부다페스트 협약'의 국내 이행 논의 자리에도 여가부는 빠져있었다. 외교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관계자들로만 채워졌다.

정작 참석 가능한 자리에서도 여가부는 입을 닫았다.

모든 부처가 함께하는 국무회의에 장관대행으로 회의에 참여한 신 차관은 딥페이크 사태가 불거진 이후 관련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희 의원은 국감장에서 "딥페이크가 문제된 8월부터 10월까지 국무회의록을 살펴보니 딥페이크 관련 어떤 발언도 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 보고사항에도 딥페이크 성범죄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사회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폭력 예방 등을 위해 꾸려진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도 지난 5월 첫 회의 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경찰청, 법무부 등과 구성한 교제폭력 실무협의체도 출범 직후 열린 첫 회의가 전부였다. 3개월 간 추가적인 회의는 없었다. 구성원들도 일선 검사, 경찰 계장급 관계자 등 실질적 권한이 미미한 '말단'으로 채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성범죄로부터 여성과 아동 및 청소년을 보호하는 업무의 장인 권익증진국장의 자리도 비어있다.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도 공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설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최근 장관 인선에 착수하는 움직임은 포착됐으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폐지 공약을 철회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가부는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을 강화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장관을 하루 빨리 임명해 국가 성평등 정책 총괄 부처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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