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대남방송 소음 피해 주민의 간절한 호소[기자수첩]

기사등록 2024/10/30 17:24:39


[서울=뉴시스]한은진 기자 = "소음으로 인해서 저희 일상은 정말 무너졌어요. 진짜 싹싹 빌게요."

지난 24일 북한 대남방송으로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한 인천 강화주민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애원했다. 무릎까지 꿇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접경 지역인 강화주민들이 남북 정치권이 촉발한 갈등을 대신 온 몸으로 떠안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인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감사장을 방문 하자 참고인의 발언을 잠시 중단시켰다. 한 대표는 그날 국정감사장을 순회하며 소속 의원들을 격려했다.

원외인 한 대표는 성 위원장의 허락을 받고 국방위 회의실에 입장해 여야 의원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났다. 한 대표는 참고인과도 1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는 "강화 가서 다 뵀던 분들이다. 힘내시라"고 응원했다.

한 대표 개인은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국회법을 준수했고, 참고인을 향해서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여당 대표가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인사를 건네고 격려하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기간에 상임위 회의실을 방문해 의원들을 격려했다. 다만 우 의장과 박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질의 시작 전에 인사를 돌았다.

당시 야당 국방위원들은 참고인의 발언을 중단시키고 한 대표의 격려 방문을 허용한 성 위원장에게 "참고인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저렇게 정무감각이 없나"라고 반발했다.

한 대표가 강화주민 발언의 맥을 끊기 위해 국정감사장을 찾은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대표가 입장하기 전 회의장 상황을 귀띔해줬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 주민의 절절한 호소가 중단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대표는 최근 한 행사에서 청년들에게 "우리를 볼 때 '강약약강'으로 보이지만, 우리 지향점은 '강강약약(강한자에 강하고 약한자에 약하다)'에 가깝다"고 말했다.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국민 눈높이와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한 대표 말대로 약자의 아픈 곳을 살피는 게 정치가 할 일이다.      

한 대표가 그때 여야 의원들과 인사를 미루고 참고인에게 발언을 마무리하도록 요청하고, 참고인의 호소에 직접 응답하는 상황이 연출됐으면 어땠을까 상상 해본다. '국민 눈높이', '민생'을 강조해온 한 대표의 진심이 더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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