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민 반간첩법 위반 혐의 첫 구속에 추이 촉각
반간첩법 모호한 규정에 "앞으로 비슷한 일 계속 나올 수도"
앞서 중국에서 한국 교민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한국인 A씨가 지난해 12월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A씨는 호텔에 격리된 채 조사를 받다가 지난 5월께부터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체포 당시 제시된 문건에는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기밀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반간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이온 주입 기술자로 근무했다가 2016년 이후 중국 D램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부터 중국에서 간첩 혐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반간첩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한국 국민이 해당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한국인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현지의 교민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미 교민들 사이에서도 반간첩법이 강화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공유돼온 터라 충격을 받기보다는 이미 예견됐던 일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 출신의 한 현지 교민은 "아직까지 크게 동요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었다"며 "중국 기업에 스카우트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반간첩법이 강화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다가 중국 기업에 고용돼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 기술자들이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강화된 반간첩법 하에서는 국가 기밀 유출 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혐의를 적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아울러 반간첩법의 모호한 규정으로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뿐 아니라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술 유출을 이유로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업무상 정보 취득이 필수적인 컨설팅 기업 같은 곳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 기술 자립이 중국에 절실한 분야에서 한국 기술자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기업들이 기술자를 고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 기술자들이 간첩 혐의 적용을 우려해 기업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붙들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추측이다.
무역업계의 경우 양국 간 경색 국면이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반간첩법 혐의가 인정될지는 두고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파가 너무 확대되면 가뜩이나 침체돼있는 한·중 간 교류도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의 경우 재판 결과 등 일단 추이를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 교민단체 대표는 "지난해 법이 개정될 때부터 교민들과 많이 공유됐던 내용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駐)중국대사관 측도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개정된 반간첩법에 대해 주의하라는 공지를 하고 있고 이 때문에 교민사회도 큰 동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A씨에 대한 영사 조력은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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