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군 투입 효과 불분명…탈영하면 김정은 수치"

기사등록 2024/10/30 11:49:02 최종수정 2024/10/30 14:42:13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지정학적 의미 분석보고서

"투항·체포 북한군 망명 신청 가능성…北정권 위험 요소"

[서울=뉴시스]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의 군 훈련장에서 보급품을 받는 장면.(출처=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 X계정, RFA에서 재인용) 2024.10.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북한이 러시아에 정예부대를 파견했지만, 막상 전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들 병력 중 탈영자가 나올 경우 김정은 정권에는 타격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과 해나 포먼 선임연구조교는 29일(현지시각) 공개한 '북한 병력의 러시아 배치가 갖는 지정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제하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파견한 폭풍군단이 "침투와 암살 작전을 위해 훈련된 엘리트 병력"이라며 "전선에 파견된 러시아 신규 징집병들보다 더 많은 군사 훈련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군이 전투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불분명하다"라며 "극동 지역 군사 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언어와 문화, 훈련과 전투 원칙의 차이로 병력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북한의 병력 파견 규모는 1만여 명이다. 이들이 러시아 부대와 완전히 융화할 때까지는 양측의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게 보고서 작성자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이번 파병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일단 러시아의 경우 병력 보충이라는 직접적인 이득 외에도 국내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고 보고서 작성자들은 전망했다.

"북한 병력의 활용은 올가을 더 많은 러시아인을 징집해야 하는 국내적인 압박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라는 것이다. 특히 추가 징집에 따른 러시아 내부에서의 반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북한의 경우 널리 알려졌듯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비롯해 군사기술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로켓 등 기술 이전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군사정찰위성 기술이 이전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밖에도 북한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노후 잠수함 함대의 역량을 개선하거나 러시아와 함께 싸우며 서방과의 전투 경험을 쌓고 그들 기술의 효능을 시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이번 파병에 이득만 따르지는 않으리라는 게 연구원들의 전망이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마주한 한 가지 리스크는 군인들이 전장을 버리고 우크라이나나 한국으로 탈출을 모색할 가능성"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미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지고 초기에 18명의 북한 군인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부대를 이탈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들은 이후 러시아에 모두 붙잡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우크라이나 병력에 투항하거나 붙잡힌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나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을 수 있다"라며 "망명하려 들거나 한국 당국으로의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 이런 일이 현실화할 경우 "김정은 정권에는 수치스러운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 작성자들의 지적이다. 한국 측이 우크라이나를 도와 북한 군인들의 탈영을 독려하는 심리전을 펼칠 수 있다고도 봤다.

한편 작성자들은 이번 파병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사회에 자신이 고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과시할 수 있으리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러시아를 돕는 세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울러 북한의 경우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 한국을 상대로는 더욱 단절적 조치를 취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고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는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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