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재위 국정감사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로 2.2~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세에 들어섰고, 수출 부진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며 침체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추가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1월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는 미국 대선 이후 환율을 지목하며 아직은 전면적인 경기 부양책보다 자영업자 등을 타깃으로 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개입 여력이 충분하다며 최근 환율 쏠림에 대해 경계성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29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종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에 "연간 성장률은 2.3%나 2.2%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3분기 성장률 전망치로 0.5%를 제시했지만, 실세 성장률은 0.1% 성장에 그쳤다. 한은의 연간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을 위해서는 4분기 GDP가 1.2% 이상 성장해야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민간소비 등 내수는 예상대로 회복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던 수출 부진에 대해서는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과 중국과의 경쟁으로 물량 기준 수출이 줄었다"면서 "자세한 원인은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경제 침체 평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아직 잠재성장률(2%)보다 위쪽에 있기 때문에 아주 큰 폭의 하락이라도, 연율로 봐서는 당황할 필요는 없다"며 "문제는 내년 성장률 전망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경제 부진에 따른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전면적인 부양은 필요 없고, 자영업자나 이런 어려운 측의 부분적인 타깃 부양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을 시사했다. 금리 결정의 새로운 변수로는 미국 대선 이후 환율 변동을 꼽았다.
성장률 전망치 실패 지적에 대해서는 전망 모델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예측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예측 모델을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수는 예상한 대로 회복 중이지만, 수출은 미국 대선이라든지 중국의 현재 상황이라든지 이런 대외요인에 대해서 굉장히 변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처음으로 분기별 전망에 나섰지만, 실제 전망치보다 5배 높았다.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은은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38개월 만에 긴축 기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10월 통화 완화에도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금리 실기론'이 KDI(한국개발연구원)와 정치권을 통해 불거진 바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금리 실기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총재는 "자영업자만 보면 금리 인하가 맞지만, GDP 전체를 봤을 때는 2% 이상을 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금융안정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를 낮출 경우에는 다른 부작용이 있다"고 답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이전 정부 때 덜했다면 금리 인하 부담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이 총재는 "금리뿐만 아니라 민간소비 성장률도 더 높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환율에 대해서는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의 빅컷에 1300원 초반으로 떨어진 원·달러는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당선 가능성, 중동리스크, 일본의 총선 등에 영향받아 한달새 70원 넘게 치솟았다.
이 총재는 "일반적으로 금리 격차가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뿐만 아니라 한은의 발권력도 있기 때문에 개입할 탄약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환율 쏠림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우리 경제가 1400원대 가까워진 환율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특정 수준에 관계없이 변동성을 보고 있다"며 "기술적 개입은 2주 사이 환율이 엔화에 따라 움직여 파생금융상품 시장 영향 때문에 개입을 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가계부채와 수도권 중심 주택매매가에 대해서는 둔화세를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한 질의에 이 총재는 "10월에도 효과가 나고 있어 다행스럽게 본다"고 답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권들이 대출 금리를 높이는 현상에 대해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하며 "9~10월 가계부채가 완만함에 따라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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