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에 호실적…상생 의지 보여야[기자수첩]

기사등록 2024/10/28 11:01:41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방패막이 삼아 손쉬운 '이자장사'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번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주요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가계대출이 불어났고 대출 억제를 위한 가산금리 인상이 수익에 도움이 됐다. 실적이 좋다는 것은 칭찬 받아야 할 일이지만,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은행권은 금리 하락기를 맞아 예금금리를 내렸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수신금리도 내렸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주요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더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일부 적금 상품 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으며 NH농협은행은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대출자에게 돌아가야 할 시장금리 하락에 대한 혜택이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주요 은행은 7, 8월에만 20회 이상 가산금리를 올리며 시장금리 하락분을 상쇄했다. 이달 초에도 5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급증세를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한다. 당분간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주택 구매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당국의 관리 기조를 핑계삼는 동안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4개월 만에 확대됐다. 그만큼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적금으로 받을 이자는 줄어들고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부담은 커졌다.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은 이번만이 아니다. 은행권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도 막대한 이자수익을 얻어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은행을 향한 당국의 압박이 커지자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을 시행했다.

다시금 금융 소비자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고객들은 은행이 고금리 시기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면서 '돈 잔치'를 벌인 행보를 지켜봤다. 금융 소비자와의 상생, 사회공헌 의지를 보여주며 사회 환원을 확대해야 막대한 이자수익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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