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조형물' 철거 안국역·보완 설치 이태원역…"더 많은 조형물 설치해야"[독도의날②]

기사등록 2024/10/26 06:00:00 최종수정 2024/10/26 07:32:16

10월25일 독도의 날…정쟁 도구 된 독도

시민 "독도 지우기는 역사를 지우는 것"

독도 조형물·영상 등 늘려야 한다 의견도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잠실역·안국역·광화문역에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고 TV가 설치됐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독도 모형이 설치됐던 자리 인근에 독도 실시간 영상이 나오고 있는 모습. 2024.09.0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독도를 두고 정쟁하고 상품화시키는 게 가슴 아파요. 보수·진보를 떠나서 너무하죠."

뉴시스 취재진은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안국역과 독도 조형물이 보완 설치된 이태원역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독도 정쟁화를 지적하며 더 많은 조형물을 설치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 조형물은 지난 2009년 '독도 수호를 위한 서울시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의 하나로 서울 지하철 6개 역에 만들어졌다. 이후 15년간 자리를 지키다 지난 5월 광화문역, 8월 잠실역·안국역의 조형물이 철거됐다. 승객 동선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면서 '독도 지우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입체감을 살린 벽면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리의 어려움, 시민 주목도 등을 고려해 TV로 영상을 송출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서울=뉴시스] 서울교통공사는 25일 독도의 날에 맞춰 이태원역과 시청역, 김포공항역 등 3개 역에 설치된 노후 독도 조형물의 복원 작업을 마쳤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사진 = 서울교통공사 제공) 2024.10.26. photo@newsis.com
전날 낮 12시께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는 벽걸이 TV가 독도 조형물을 대신했다. 파도치는 독도가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시민 대부분이 그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

독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영민(73)씨는 "정치권이 독도를 두고 정쟁하고 상품화시키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사람들이 영상을 한번씩 보고 관심과 자긍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독도 영상을 보기 위해 일부러 해당 통로를 이용했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외국인이 많은 안국역뿐만 아니라 다른 역에도 조형물 등을 만들어 시민이 더 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준구(70)씨도 발걸음을 멈추고 독도 영상을 응시했다. 약 5년 전 독도를 갔다는 그는 "독도 지우기 논란을 들었다"며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인데 계속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했다.

이어 "조형물보다는 TV 영상이 더 눈에 띄는데 영상이 실시간으로 나온다는 설명 등을 주변에 적어 관심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전날 오전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한편에 독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24.10.26.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날 오전 11시께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만난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남은 독도 조형물마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교통공사는 독도의 날 하루 전인 지난 24일 이태원역과 시청역, 김포공항역에 설치된 노후 독도 조형물의 복원 작업을 마쳤다. 곰팡이가 슬어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변색한 부분에 밝은 색을 입혀 본래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이태원역 독도 조형물은 새롭게 단장을 마쳐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시민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에 있었다. 조형물은 승강장이 있는 층과 개찰구가 있는 층의 중간에 있었고, 시민들은 이동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태원역 인근에 산다는 박은화(58)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멀리서 뭔가 하고 와서 봤다"며 "벽에 글씨도 쓰고 잘 보이게 건의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도는 우리의 영토고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조형물을 철거하고 독도를 지우면 살아 숨 쉬는 역사가 지워지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함영호(77)씨는 독도의 날을 알고 독도 조형물을 찾았다. 그는 "조형물을 설치해서 국민에게 우리 땅이라고 알려야 한다.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나라도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홍보·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멀쩡하게 있는 조형물을 왜 치우는지 모르겠다"며 "있는 조형물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독도라고 벽에 크게 적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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