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국감'된 22일 환노위 국정감사
올해 산재 처리 소요기간 235.4일
뇌심혈관 질병 조사는 2485일까지
추정의원칙 패스트트랙에도 140일
고용부 "질병 판정 과정 까다로워"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는 '산재 국감'을 방불케 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산업재해 관련 제도 질타에 열을 올렸다. 특히 산재 처리가 늦어져 피해근로자들이 제때 적절한 보상과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같이 국회가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감에서 제안된 '선보상' 제도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환노위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재 질병별 처리건수 및 소요기간'에 따르면 올해 산재처리 소요기간은 235.4일로 나타났다.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산재 발생 후 피해근로자는 산재보험에 따른 보상을 받기까지 장장 8개월 가량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소요기간은 2020년 171.4일, 2021년 175.8일, 2022년 182일까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는 214.5일로 처음으로 200일대를 돌파했다.
처리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엄격하고 복잡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재해 간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의학적 인과관계 등을 따진다.
이를 위해 진행되는 특별진찰(특진), 역학조사 등의 조사과정이 산재처리 장기화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특진은 업무상 질병의 대표적인 유형인 근골격계질병, 소음성 난청 등을 판별하기 위해 이뤄진다.
올해 특진 소요일수는 164.1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80.3일)보다 3개월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역학조사 등 전문조사도 마찬가지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뇌심혈관 질병의 전문조사에는 2485일이 소요됐다. 호흡기계 질병의 경우 올해 8월 기준 평균 601.7일이다.
이 같이 처리기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산재 승인을 기다리다 피해근로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선 의원은 22일 국감에서 "5년 동안 149명이 숨졌다"며 "노동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추정의 원칙'이라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했다. 조선업, 건설업 등 특정 업종에서 일정 기간 종사한 자가 목과 어깨 등에서 회전근개 파열 등 8개 상병이 발병하면 현장조사 등을 생략해 빠른 산재 처리를 돕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골격계 질병에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비율은 지난해 4.2%, 올해 4.1%로 미미한 수준이다.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가 좁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또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도 산재처리 소요일은 올해 8월 기준 140.9일로 여전히 길다.
산재처리 장기화 문제는 지난해에도 뜨거운 감자였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해 12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두고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재해조사 기간을 법정화하고 기간을 넘겼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산재보험을 근로자에게 우선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국정감사에서 해당 법안을 언급하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같이 처리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두고 고용부 및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신청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업무상 질병 판정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확실한 의학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고용부에서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을 지낸 권동희 법률법인 일과사람 노무사는 "추정의 원칙 대상 질병을 확대하자는 의견은 끊임없이 나왔으나 고용부에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특별진찰은 보조 수단이 돼야 하는데 주 조사 수단이 돼버리니까 처리기간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리기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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