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전기로 쓰는 철강사, 1500억 '폭탄'

기사등록 2024/10/25 14:40:03 최종수정 2024/10/25 16:58:16

산업용(을) 전기요금 10.2% 인상

한전 적자 대기업 부담 전가 비판

전력 소비 많은 철강업계…불황에 비용 부담 커져

[서울=뉴시스]현대제철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2024.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저탄소 생산 체제 전환을 위해 '전기로'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고정비용이 늘어나 불황 속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날부터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올랐다.

산업용 전기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인 53.2%를 차지한다. 이 중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주로 대기업에서 사용되는 전기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용(갑)보다 인상 폭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대규모 생산 시설 운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 해결을 위해 대기업에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철강업계는 반도체 업계 다음으로 전력 소비가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1kwh당 1원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70억원가량 늘어난다. 실제로 한 철강업체의 경우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약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등 불황이 길어지고 있어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더욱 크다는 입장이다. 이번 원가 상승이 국내 철강업의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3분기 영업이익으로 각각 515억원, 215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7.5%, 79.6% 줄어든 수치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홀딩스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8147억원으로 31.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일부 철강업체는 쌓이는 재고에 높은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찌감치 야간 생산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 등은 지난 6월부터 상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 시간에만 인천 공장의 전기로를 가동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과 판매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원가 절감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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