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연가' 리뷰
발표된지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명곡은 명곡이다. 거기다 대극장을 꽉 채우는 탄탄한 보컬의 소유자들이 부르는 넘버는 그야말로 '귀 호강'이다. 네 번째 시즌을 올린 뮤지컬 '광화문연가' 얘기다.
'광화문연가', '소녀', '가을이 오면', '붉은 노을', '사랑이 지나가면', '빗속에서', '그녀의 웃음소리뿐',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나열하기에도 벅찰 만큼 많은 히트곡들을 남긴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명우'와 그를 추억 여행으로 이끄는 인연술사 '월하'가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들여다본다는 콘셉트의 이야기다.
50대의 명우는 임종 직전 10대에 만난 첫사랑 수아를 떠올린다. 어린 명우는 독재정권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수아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군에 입대한다. 수아는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 중곤과 결혼하고, 시영은 명우가 가슴 한 켠에 수아의 자리를 남겨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해 오랜 시간 곁을 지킨다. 작곡가가 된 명우는 아픈 첫사랑의 경험을 소재로 삼아 곡을 써낸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태생적으로 노래가 주인공, 스토리는 조연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지만 다행히 그 아쉬움은 주인공인 이영훈 작곡가의 곡이 충분히 메워준다.
노래가 끌고 가는 힘이 큰 뮤지컬이다보니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공연의 질을 좌우한다. 풍부한 성량에 감정은 절제하고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랫말을 전달하는 윤도현(명우)의 목소리가 감성을 극대화시킨다.
타이틀롤은 '명우'지만 실질적으로 극을 견인하는 역할은 '월하'다. 차지연은 쭉 뻗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가 하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스탠드마이크를 앞에 두고 부른 '애수'가 압권이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내년 1월5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페어링 : 데운 청주
광화문연가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지만 특히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계절엔 더욱 그렇다.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 흰 눈이 흩날리는 겨울에 들으면 맛이 배가되는 노래라고나 할까.
코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서 또 다시 기나긴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따뜻하게 데운 청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쌀향이 달큰하게 피어나는 중탕한 청주는 은근한 맛이 있다. 아련한 추억을 곱씹으며 홀짝이기 좋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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