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식은 수출"…3분기 GDP '역성장' 겨우 면했다(종합)

기사등록 2024/10/24 11:00:05 최종수정 2024/10/24 12:52:16

3분기 GDP 0.1%…전망치 0.5% 큰폭 하회

자동차 파업·반도체 등에 수출 , 7분기 만에 역성장

글로벌 경기 불확실에 반도체 경기도 불안

11월 경제 전망 때 연간 전망치 또 낮을 듯

[서울=뉴시스]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1% 증가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2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지만 수출 증가세가 삐걱였고 건설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경제가 올해 3분기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민간소비 회복세에 역성장은 겨우 면했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삐걱댔고, 건설투자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불안에 민간소비 회복에 대한 우려에도 집값 급등세와 고환율 등 추가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2% 중반 성장률 달성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GDP 0.1%…겨우 면한 '역성장'

한은이 24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0.1% 증가했다. 2분기 역성장(-0.2%)에서 플러스 반전했지만 한은 전망치인 0.5%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0.5%를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지난해 1분기 0.4%로 플러스 반등했다. 그러다 올해 1분기에는 1.3%로 깜짝 성장을 거둔 후 2분기에는 -0.2%로 마이너스 전환한 바 있다.

민간소비 반등에도 수출이 부진했다. 자동차 파업 영향으로 수출은 0.4% 감소해 2022년 4분기(-2.5%) 감소 이후 첫 마이너스를 보였다. 수입은 반도체 장비 등이 늘며 1.5% 올랐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와 스마트폰 출시 효과에 0.5% 상승했다.

정부소비는 사회보장현물수혜를 중심으로 0.6%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 장비와 항공기 등 증가에 6.9% 올랐다. 다만 건설투자는 2.8% 감소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결과 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더 낮아졌다. 순수출기여도는 -0.1%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크게 낮아졌다. 내수 기여도는 0.9%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민간소비는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높아졌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0.1% 증가했다.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10.24. yulnetphoto@newsis.com

◆자동차 파업·반도체 주춤에 수출 충격

한은은  3분기 성장에 대해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양호하다고 평가할 순 없다"면서도 "내수가 건설투자 부진에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자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며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신 국장은 "완성차 업체 파업과 반도체 호조 지속에 플러스 기여 폭이 줄었다"면서 "수출 상황이 나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신 국장은 "예전처럼 높지는 않고 낮아진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면서도 "수출은 주요국 경제 상황과 글로벌 교역량 등의 영향을 받지만, 미국의 경제가 괜찮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3분기 성장률 부진에 따라 한은의 전망치 수정을 시사했다. 조사국이 8월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로 4분기 1.2% 이상 달성해야 가능한 수치다. 신 국장은 "산술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면서 "대내외 요인을 체크해 다음달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외 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로 2% 중반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전망치를 2.5%로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월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로 내다봤다,
사진 왼쪽부터 박창현 지출국민소득팀장,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장은종 국민소득총괄팀장, 이지현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사진제공=한국은행) *재판매 및 DB 금지


◆반도체 경기 불안…추가 금리 인하도 제약

다만 한은의 낙관적 전망에도 성장세 지속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미국 대선 리스크와 중국 경기 부진, 반도체 경기 불확실성에 수출 호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민간소비 반등 시각에 대한 반론도 높다. 수출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내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자물가 둔화에도 농산물 등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한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해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내수에 대해 '회복 지연'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문제는 내수 부양 카드인 한은의 금리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원·달러는 이달 들어 70원 넘게 오르며 1380원대서 등락하고, 집값과 가계부채 급등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침체됐고, 반도체 수출도 약해지며 2% 중반 연간 성장률 달성은 어려워졌다"면서 "내수 침체에도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고환율 등에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도 제약적"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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