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지분 18% 출자…수은 등 9.1억불 대출
한전채 발행 여유 없어…산업용 전기료 인상 단행
한수원, '체코 수주'도 수은 통해 금융 지원 가능성
정진욱 "빚 내 수주한 사업 부담, 국민 전가" 우려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관련해, 내년 3월까지 9억1000만 달러(1조2558억원)를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이 조달을 위한 뾰족한 수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한전은 UAE 원전 출자금 등을 포함한 내년 자금 소요와 관련해 내부 검토 협의 중이다.
한전은 지난 2009년 약 20조원에 달하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한전은 UAE원자력공사(ENEC)와 합작투자한 UAE 원전 사업법인(Barakah One Company) 지분 18%를 출자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빌린 6억9000만 달러(9539억원)를 포함해 현지 금융기관 등을 통해 총 9억1000만 달러(1조2558억원)을 대출 중인데, 내년 3월 상환이 도래했다.
한전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전기판매 수익이나 가용현금 등을 고려해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분기 말까지 누적된 한전 적자는 41조원이다. 이로 인한 부채 역시 203조원(2분기 말 기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한전채 발행을 통한 금융 조달도 쉽지 않다. 한전은 한전채 발행에 대한 여력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오는 2027년 말까지 한전채 발행 규모를 절반이나 줄여야 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23일 "누적 사채 발행 잔액으로 보면 79조원인데 연말에는 2조~3조원 정도 발행 잔액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전채 발행을 시사한 바 있다.
김 사장의 발언과 달리 한전채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개정한 '한국전력공사법'의 일몰 시점이 2027년 12월31일이기 때문이다.
오는 2028년에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35조4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절반 이상으로 축소된 발행 한도에 맞춰 한전채 잔액을 상환하지 못하면 빚을 더 낼 수 없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한전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까지 단행했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여유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전력 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관련해 1㎾h(킬로와트시)당 평균 16.1원 인상한 바 있다.
재정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빚 내서 추진한 수주마저 대출 청구서가 되어 날아든 셈이다. 현재로선 단기간 내 한전이 자금을 끌어모을 방법은 전기요금 외에는 없다. 한전은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특성상 짧은 기간에 자금 확보로 이어지긴 어렵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원전·방산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 수주를 위해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도 수은을 통한 금융 지원이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은은 무역보험공사와 '체코 발주사가 금융지원을 희망할 경우에는 금융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관심서한(S/L)을 발급한 바 있다. 자칫 체코 원전 건설 등 해외 수주에 대한 비용 청구서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의원은 "한전 부채 증가는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기에 빚을 내서 수주한 원전 사업으로 인한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이번 체코 원전 프로젝트에서도 국내 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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