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우발적 범행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그릇된 집착 도중 이별 통보 받자 계획적 범행"
1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형 종료 후 5년간 보호관찰 명령 등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레아 측이 주장한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21년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을 진단받고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범행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이 미약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사고와 그에 따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우발적 범행 주장에 대해서도 김레아가 평소 피해자를 협박했고,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오피스텔을 나갈 수 없게 위치를 조정하고 범행 도구와 가까이 자리 잡는 주도적인 면모를 보인 점 등을 들어 계획적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 "피고인은 이별을 요구받거나 하면 피해자에게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죽여 버린다고 협박했고, 피해자 모친 진술에 의하면 범행 당시에도 피해자에게 '내 것이 안 되면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며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피해자를 협박하다 실제로 헤어지게 되자 살해 의사 및 결심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계획적 범행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연인에 대한 그릇된 집착을 가지고 있던 중 이별 통보를 받게 되자 흉기로 피해자의 목과 가슴, 다리 부위 등을 여러 차례 난자해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고 모친마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고 범행 수법, 결과마저 극도로 잔인하고 참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반성 의사를 내비쳤으나 피해자의 과거 문제로 피해자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없었다고 하는 등 책임을 떠밀고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며 "이를 보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피고인이 참회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이뤄지는 동안 김레아는 피고인석 앉아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김레아는 지난 3월25일 오전 9시40분께 화성시 봉담읍의 오피스텔에 함께 거주하던 20대 여자친구 A씨와 어머니 B(50대)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전부터 이별하면 A씨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등 A씨에게 과도하게 집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 폭력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김레아와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가 변을 당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김레아를 기소하면서 ▲모친인 B씨 앞에서 A씨가 흉기로 살해당한 범죄 잔인성과 피해 중대성 ▲교제 관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위험성 등을 알려 교제폭력 범죄 예방 효과 기대 등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김레아에게 무기징역과 30년간 전자장치부착, 5년간 보호관찰 명령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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