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밥캣 합병비율 수정한 두산…금감원 심사 통과할까

기사등록 2024/10/23 15:11:34

시가 적용 방식 고수…이번엔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두산 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안을 다시 내놓은 가운데 금융감독원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두산 그룹이 기존에 제시한 분할합병 비율에 대해 현금흐름할인법과 배당할인법 등 가치 산정 방식 예시를 들었는데, 두산은 이번에도 두산밥캣 가치 평가에서 시가 중심 평가방식을 고수했다.

23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를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정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합병 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재산정했다. 합병 비율이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커지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설 비상장법인의 가치평가를 진행하면서 이번에도 시가 적용 방식을 고수한 점은 금감원의 피드백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두산 그룹의 분할 합병안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직접적으로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두산밥캣의 지분을 100% 가져갈 에너빌리티의 분할 신설회사가 합병 주체가 된다.

때문에 시가가 아닌 방식으로의 가치 산정이 더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지점이기도 하다. 상장법인의 경우 현행법상 시가로 가치평가를 해야 하지만, 비상장법인은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대 1.5로 반영, 수익가치는 금감원이 예시로 든 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 등이 쓰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 금감원은 기존 합병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면서 '미래 수익 효과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신설법인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시로 현금흐름할인법(DCF)과 배당할인법(DDM) 등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효익에 기반한 모형을 들며,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방법과 비교할 것을 요구했다.

두산 측은 로보틱스 정정신고서에서 왜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배당할인법 등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는지 이유를 밝혔다. 두산은 "두산밥캣 주식 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상장주식으로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점, 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 적용 시 미래의 매출 및 영업이익의 추정 등을 포함한 많은 가정사항들이 적용돼 이러한 가정사항들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값 또한 평가인의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두산 그룹은 밥캣의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합병안이 소액주주 반발과 당국의 퇴짜 등에 가로막히자 투자자 보호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8월 KBS1TV '일요진단'에서 두산 그룹 분할합병에 대해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해도 현행법상 할증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주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는 "주주가치 환원 정신에 맞게 수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자 보호 정신을 강조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산그룹의 사업 개편안은 독특한 케이스다. 두산밥캣을 보유하는 신설법인이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현행 규정 상으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는 등 변경의 여지가 있다"며 "결국에는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현행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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