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
산재신청 해마다 증가…조사속도 느리고 법원서 판단 뒤집혀
여야 한목소리로 "사회 변화 따라 '의학적 연관성' 기준 바꿔야"
삼성전자 피폭 '질병' 판단도 뭇매…근로공단 "의도한 바 없다"
[서울=뉴시스] 고홍주 권신혁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모였다. 특히 삼성전자 방사능 피폭사고와 관련한 근로복지공단에 질타가 이어졌다.
환노위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근로복지공단에 질의가 집중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보험의 운영 주체로, 산재 판정부터 보험료 지급까지 모든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에 불복,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결정이 뒤집힌 사례가 17.7%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3%에 비해 5.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박 의원은 LED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파킨슨병을 얻었지만 산재가 승인되지 않은 후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를 들면서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업무 연관성이 없고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다고 불승인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사회 변화에 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늘어난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처럼) 의학적, 과학적 연관성만 따진다면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고통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당 김태선 의원도 "현행 산재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이 신속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게 문제"라며 "최근 5년 간 산재 인정률을 보면 소송 건수가 증가하는데 조사 속도는 반대로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산재 보험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들게 하는 것인데 현재 산재 승인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이 많다"며 "부정수급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로 인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측면에서 역학조사가 길어지면서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전향적인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업무상 질병은 저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며 "역학조사나 특별 심사, 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질병판정위원회를 통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처리 사건이 지난해는 550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건으로 줄었다"며 "내년에는 희망 수준까지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방사선발생장치를 정비하던 근로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됐다. '방사선발생장치'란 반도체웨이퍼에 도포된 화학물질의 두께를 분석하기 위해 X선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사측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 측은 해당 사고가 업무상 부상이 아닌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중대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로 간주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도 사고 발생 직후 삼성전자의 입장처럼 이를 질병으로 판단했으나, 고용부는 '부상'으로 보고 중대재해 발생 미통보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한 상태다.
이날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고는 삼성전자의 방사선 장비 결함과 미작동으로 인해 발생해 명백한 업무상 사고로 분류돼야 하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처음에 질병으로 승인했다"며 "공단의 판단이 삼성의 법적 책임 회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이사장은 "관행을 따랐다"며 "사고인지 질병인지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보상을 해주기 위해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업무 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동일한 방사선 피폭 산재를 우리가 49건 승인했다. 사전에 이를 의도했다거나 누구의 압력을 받은 점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고용부 판단이 늦어지면서 피해자들 고통이 가중된 것은 물론이고,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이 차이가 나면서 굉장한 혼선이 초래됐다. 감사를 해서 규명하라"고 했다.
김종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과거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순수한 보상 만을 위해 판단을 했다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그 판단과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한 고려는 적었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환노위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의 1차전지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을 의결했다.
박 대표는 자필 사유서에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수원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경기남부경찰청에서 관련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답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국회에서의 답변 내용이 향후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본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양해해달라"고 적었다.
환노위원장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 막바지에 "본인의 욕심과 안일함에서 비롯된 이번 참사에 진정으로 속죄한다면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명백히 전하고, 향후 피해보상 및 회복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감장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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