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 합의…내달 말부터 사용할 듯(종합2보)

기사등록 2024/10/22 19:39:16 최종수정 2024/10/22 20:50:16

경사노위 면제심의위, 심의 착수 4개월 만에 최종 의결

조합원 수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눠 연간 면제 한도 설정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후 시행…11월 말 현장 도입될 듯

고용부 "전부 면제시 사용결과 제출해야…지도·감독 병행"

'민간 절반' 수준에 일부 반발…"민간과 차별하지 말아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권기섭(왼쪽 여섯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 근무시간면제심의 위원회 11차 전원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2024.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앞으로 공무원 노동조합 전임자도 민간 기업처럼 노조활동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아 급여를 받는 게 가능해진다.

제도 시행으로 최대 200억원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빠르면 11월 말부터 면제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2일 오전 공무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를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면제제도, 즉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동안 민간 부문에만 적용돼왔지만, 2022년 5월 국회에서 개정법이 통과되면서 공무원과 교원 노조 전임자들도 타임오프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11일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면제시간과 사용인원 등을 결정할 심의위 구성을 두고 노정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6개월 동안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5월29일 노정이 극적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심의위를 출범하기로 하면서 6월12일 첫 발을 뗐다.

그동안 근면위는 경사노위 위원장의 심의 요청일인 6월26일부터 4개월여 간 심의를 진행했고 전원회의 11차례, 간사회의 9차례, 공익회의 5차례를 열고 의견을 조율해왔다.

노정은 공무원 노조의 최소 단위별 조합원 규모에 따라 총 8개 구간으로 나눠 연간 면제 시간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조합원 299명 이하 연 최대 1000시간 이내 ▲조합원 300명~699명 연 최대 2000시간 이내 ▲조합원 700명~1299명 연 최대 4000시간 이내 ▲조합원 1300명~1999명 연 최대 6000시간 이내 ▲조합원 2000명~3999명 연 최대 8000시간 이내 ▲조합원 4000명~4999명 연 최대 1만시간 이내 ▲조합원 5000명~1만4999명 연 최대 1만2000시간 이내 ▲조합원 1만5000명 이상 연 최대 2만8000시간 이내다.

가장 많은 교섭단위가 존재하는 300명에서 1299명까지의 구간에는 연간 근무시간 면제자가 1~2명 활동할 수 있도록 정했다. 파트타임으로 사용할 경우, 그 인원은 풀타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조합원 수 299명 이하의 노조에서는 2명이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행정부 교섭 등에 필요한 경우에는 인사혁신처장이 연간 6000시간 이내에서 행정부 단위로 설립된 공무원 노조에 추가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노정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최대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경호 근면위 위원장은 "계산상으로 (면제 한도를) 다 쓸 경우 최대 200억 중반을 예상하고 있다"며 "공무원 노사관계가 20년 넘게 전임이 없는 상태에서 이어졌는데, 상당히 늦은 감은 있지만 시작을 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공무원 노사관계 발전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결사항은 법에 따라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즉시 통보하면, 김 장관이 법제심사와 행정예고 등을 거쳐 고시할 예정이다.

법제심사와 규제심사, 행정예고 등에 30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현장에서 빠르면 11월 하순부터 면제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기관에서 면제한도를 반드시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는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한도는 공무원노조법 제5조에 따른 설립 최소단위 별 노조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을 의미할 뿐, 면제시간을 노조에 얼마나 부여할 것인지는 각 기관의 인력·예산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협의·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연간 근무시간을 전부 면제 받은 경우에는 월별 사용결과를 제출하도록 규정, 제도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인 점을 고려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전한 제도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함께 지도·감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사노위는 2년 후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향후 재심의를 준비하기로 했다.

권 위원장은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한도 의결은 지난해 말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상호 간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의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경사노위에서는 이번 노정 합의의 경험과 자산이 미래세대 일자리를 위한 최근 사회적 대화의 흐름에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하지만 심의에 참여했던 일부 공무원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면제 한도가 민간기업의 절반 수준인 데다, '졸속합의'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노조에 처음으로 제안한 내용은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타임오프 시간의 30% 수준으로, 민간과 동등하게 적용하라는 공무원 노조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과 차별하지 않고 법령에 있는 '정부 교섭대표와의 협의·교섭, 고충 처리, 안전·보건 활동' 등이 가능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는 온전한 타임오프 보장과 공무원 노사관계 특성을 반영한 제대로 된 타임오프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사노위에서 면제한도를 논의 중인 교원노조 측도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이날 오후 "근면위가 공무원 타임오프를 민간 대비 반토막 내버린 것은 공정과 상식을 모두 무너뜨린 것과 다름 없다"며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의 타임오프를 온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아직 교원노조에 대한 타임오프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결정된 반쪽짜리 공무원 타임오프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교원노조의 경우 민간 노조의 사업장 개념을 각 학교로 적용했을 때, 지역별로 사업장 수가 수천 곳에 이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서는 타임오프 한도를 민간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근면위 의결에 참여한 신동근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구조적으로 국가직 공무원 노조, 행정부 노조 쪽에는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배정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종합적으로 볼 때 첫 도입이 무한정 지연되면 안 되겠다는 고민도 함께 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알고도 의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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