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통령실 인사 조치' 요구에 윤 "내가 해야 하는 일"
한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요청…윤 "더 자제하려 한다"
한 '의혹 규명 협조'… 윤 "막연히 얘기 말고 구체화해 달라"
한 '특검 이탈표' 우려…윤 "야당과 같은 입장 선다면 방도 있겠나"
윤, 한에 "당에서도 같이 정치 공세에 싸워 달라"…한, 일정 취소 후 숙고
[서울=뉴시스] 이승재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면담에서 대통령실 인적쇄신 문제, 김건희 여사의 활동자제, 김건희 특검법 대응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내부에 김건희 여사의 측근 그룹으로 지목되는 인물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더 자제하려 한다"고 했고,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 우려에는 "(여당 의원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에 선다면 방도가 있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한 '인적 쇄신' 요구에 "소상히 적어 비서실장에 알려주면 잘 판단"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김 여사 라인' 8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친한(친한동훈)계는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 등 7명을 김 여사 측근 그룹인 '한남동 라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여기에 선임행정관 1명을 추가했다고 한다.
친한계로 불리는 박정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한 대표가 생각하는 1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니셜로 보도가 돼 왔는데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현재 왜 문제인지도 설명한 것 같다"며 "한 대표가 1번으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접점이 안 나오면서 분위기가 어렵게 흘러간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다"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윤, 한 '김 여사 대외 활동 잠정 중단' 요구에 "내 가족 문제 빠져나오려 한 적 있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잠정 중단도 요구했다. 이는 앞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함께 제시한 '3대 요구'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더 자제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 여사도)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3대 요구' 가운데 마지막인 '각종 의혹 규명에 대한 협조'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 한 적이 있느냐"고 했다.
한 대표가 '3대 요구' 이외에 새롭게 제안한 특별감찰관 임명에 관해서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같은 대통령의 답변에 한 대표는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한 '특검법 이탈표' 우려에 "여당 의원이 야당 입장에 서면 방도 있겠나"
한 대표는 '3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야당이 추진하는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탈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되면 의원들을 설득해 특검법을 방어할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 따르면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여당 의원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에 선다면 방도가 있겠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먼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과 검찰 수사라는 것은 객관적 혐의와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의혹만으로 믿고 싶다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당 내 재표결 이탈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있겠나'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한에 "당에서도 같이 싸워 달라" 당부…한, 오전 일정 취소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당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말이 안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라며 "정치공세에는 정치로 대응을 해줘야하지 않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으로 "당정이 하나가 되고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오늘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다. 정치 상황의 위기다. 정무수석에게 과감히 이야기할 거 있으면 하고, 당정 소통도 강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차분한 어조로 답을 했다"며 "윤 대통령이 60%, 한 대표가 40% 정도 비중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후속 만남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공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