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회사 이직해 '핵심기술 유출'한 직원들, 집행유예…이유는[죄와벌]

기사등록 2024/10/20 09:00:00 최종수정 2024/10/20 09:04:16

A사 경영난 겪자 중국회사 이직, 기술 유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유죄…"영업비밀 해당"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무죄…"산업기술 아냐"

경제활동 유지 목적, 이익 적은 점 등 고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핵심기술을 취득하고 중국 회사로 이직한 뒤 빼돌린 직원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뭘까.

A사는 아이폰과 갤럭시 등 스마트폰 및 차량용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로, 2018년부터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 평가받았다.

카메라 모듈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시 영상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모바일이나 모니터, 차량 등 디지털 영상기기의 화면에 디스플레이 해주는 부품이다.

이후 2022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R&D센터 이사인 B씨는 핵심 엔지니어 6명과 함께 중국 회사로 이직해 A사가 보유한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개발 및 제조 기술을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B씨 등 7명은 2022년 6~12월 이직 과정에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소스코드 파일 등을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A사의 영업비밀을 챙겨 중국 회사로 이직한 뒤 유출했다.

이들은 A사에서 보관하던 회사 자료에 대한 삭제 또는 반환을 요구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직을 앞두고 핵심기술 개발에 필요한 부품리스트 파일 등을 B사와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맡아 A사에서 취득한 자료를 활용해 테스트용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B씨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유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일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21년 4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1.04.01. kkssmm99@newsis.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유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하고 B씨 등 7명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유출 자료가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비공지성'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됐다는 '비밀관리성'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술정보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며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정보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가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헛되게 했다"며 "건전한 경쟁과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종국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유출된 자료가 산업기술보호법상의 산업기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증하는 기술만 산업기술로 보고 있다.

A사는 모바일 및 차량용 카메라의 이미지센서와 관련된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첨단기술 확인을 받기는 했으나, 이 사건 유출 기술인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로는 인증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하는 기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산업기술보호법상의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의 점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인 점 ▲산업스파이를 통한 정보의 수집·유출과는 위법성이나 죄질, 비난가능성에 있어 차이가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은 점 등은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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