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긴장감…ETF 위축 우려도[신한證 1300억 손실사고②]

기사등록 2024/10/20 10:00:00 최종수정 2024/10/20 10: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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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릴까 걱정입니다."

1300억원대 신한투자증권 손실사태가 ETF 신뢰도 저하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시장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159조4347억원에 이른다. 2020년 52조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약 4년 만에 3배로 불었다. 상장 종목 역시 468개에서 89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와 운용사간 몰아주기' 의혹에 이어 신한투자금융 사태까지 발생하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내부통제는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맡는 과정에서 지난 8월 초부터 업무와 무관하게 선물매매를 진행해 1300억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 LP 목적에서 벗어나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선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담당자는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기까지 했다.

LP는 ETF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 가격 형성을 유도하고, ETF 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NAV)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증권사들은 호가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일반적으로 선물거래를 통한 헤지(위험회피)를 진행한다. 통상적으로는 선물을 매매해 보유포지션 가격변동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만, 일부 증권사의 경우 포지션 베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 역시 수익 추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다 이번 사태를 발생시켰다.

금투업계는 신한이 트레이딩 성격의 LP 업무를 국제영업본부에 배치하고, 트레이딩에 준하는 수준의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적 중심의 조직 문화가 우선시되며 직원들이 리스크 관리보다 수익 창출에 치중했다는 해석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한 ETF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신한이 ETF의 초기 자금 투자(시딩)과 호가 제공을 중단했다. 신한은 최근 운용사들에 기존에 약속했던 시딩과 호가 제공이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연루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당분간 업무수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딩 중단 상품에는 다음달 초 출시될 밸류업ETF 관련 상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의 LP 업무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LP 업무를 수행하며 관련 규정을 위반해 형사제재를 받거나 영업정지 또는 거래정지 이상 조치를 받을 경우  LP 업무가 1년 간 제한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한이 전체 ETF LP시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통상 ETF 상품 하나당 LP를 2곳 이상 두기 때문에 신한이 LP업에서 일시적으로 제외되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LP의 내부통제 이슈가 터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금투업계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가며 증권사들의 LP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과 관련한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ETF 시장의 계열사 지원 현황과 자산운용사 매매주문 배분 등 관련 업무실태를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의 ETF 비율은 81.9%에 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2.4%,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0.5%, KB자산운용은 50.2% 수준이었다.강 의원은 "자산운용사가 공생관계인 증권사들에 혜택을 주고 그 대가로 자산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사례가 있다"며 "증권사는 주식 매매 수수료를 챙겨 좋고, 자산운용사는 ETF 규모를 불려서 좋은 식"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유동성공급 업무를 통한 수익 창출은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어왔지만 이번 사태로 신뢰가 무너진 것도 문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유동성 공급자 편법·불법 운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그동안 유사한 행위로 이익을 본 건은 없었을지 궁금하다. 특정할 수 없는 기간 막대한 이익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없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ETF, LP, 공매도, 신한이 엮이며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며 "수년간 잘 성장해온 ETF 시장이 이번 사태로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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