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심병원, 몽골 화상환자 국내서 수술
노민 에르덴 양 “팔 자유롭게 움직여 기뻐”
해외 화상환자 총 1300명 진료·수술 지원
한림대의료원 산하 한강성심병원의 60번째 국내 초청 해외 화상수술 환자인 몽골 소녀가 수술 후 밝힌 소감이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은 지난 9월 화상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노민 에르덴 양(14)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지원했다.
18일 한림대의료원에 따르면 에르덴 양은 만 3세이던 2013년 화상을 입었다. 주방에서 펄펄 끓는 물이 온몸에 쏟아지며 목부터 허벅지까지 심각한 열탕 화상을 입었다. 특히 뜨거운 물이 처음 닿았던 오른쪽 가슴과 팔의 화상이 심했다.
화상 흉터가 남은 피부는 정상 피부와 달리 잘 늘어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성장하는 아이가 화상을 입는 경우 피부 이식술 등으로 꾸준히 피부를 늘려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사고 후 병원을 찾은 에르덴은 고액의 비용 때문에 한 차례의 피부 이식 수술만 받을 수 있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에르덴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3살 아이가 14살 학생으로 훌쩍 자라는 동안 화상 흉터의 당김도 심해졌다. 피부는 계속 건조했고 참기 힘들 만큼 가려웠다. 깨어있는 낮에는 가려움을 참으며 버텼지만 잠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피부를 긁어 상처가 나곤 했다.
특히 팔은 피부가 심하게 오그라들며 제대로 올릴 수조차 없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에르덴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팔 때문에 체육 수업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또 2차 성징이 시작되자 화상을 입은 오른쪽 가슴의 비대칭도 날이 갈수록 심해져 에르덴은 점점 위축됐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한강성심병원은 에르덴을 초청해 수술하기로 했다. 지난 9일 한국에 입국한 에르덴은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를 맡은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는 에르덴의 오른쪽 팔뚝에서 팔꿈치, 겨드랑이에서 가슴까지 손상된 피부를 들어내고 새 피부를 이식했다.
수술을 통해 팔의 구축이 완화되면서 가슴까지도 들기 힘들던 팔은 귀 옆까지도 올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비대칭적으로 발달하며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렸던 오른쪽 가슴도 피부 재건을 통해 균형적인 발달이 가능하게 됐다.
노민 에르덴 양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수술 후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면서 “병원에 있는 동안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몽골에 돌아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노민 에르덴 양의 치료비 2500만 원 가량은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이 전액 지원했다. 또 병원은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의료 나눔문화 확산사업을 통해 환자 및 보호자의 왕복 항공비와 체재비를 지원 받았다. 지난달 9일 입국해 3주간 치료받은 노민 에르덴 양은 같은 달 30일 회복 후 몽골로 돌아갔다.
한편 학교법인일송학원은 故 도헌 윤대원 이사장의 의지에 따라 공익을 위한 화상 치료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윤 이사장은 1986년 학교법인일송학원 산하 한강성심병원에 ‘화상치료센터’를 열었다. 이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화상치료에 꾸준히 투자해 한강성심병원을 보건복지부 지정 대학병원 유일의 화상전문병원으로 만들었다.
현재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외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로 구성된 화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15년째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과 함께 해외 화상환자 대상 무료 진료와 초청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 환자 1105명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했으며 현지에서는 97명, 국내로 초청해 60명의 환자를 각 수술했다. 국내외 화상치료의 메카인 한강성심병원은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4차 환자경험평가’에서 전국 374개 병원 중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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