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경영평가 'C등급' 적십자사, 내부 평가로 성과급 91억 지급

기사등록 2024/10/19 08:00:00 최종수정 2024/10/19 09:30:16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적십자사 자료

올해 4075명에게 91억7155만원 성과급

등급별 차등화 부족…꼴찌 등급도 지급

"주먹구구식…객관적 시스템 구축해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한적십자사가 올해 임직원 4000여명에게 9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기준도 모호해 '나눠 먹기식' 성과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대한적십자사 성과급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075명이 총 91억715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1인 기준 평균 225만원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은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 받는다. 복지부는 내부 민간 위원들로 평가단을 구성해 산하 기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경영관리, 주요 사업, 가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경영평가 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 직원보수운영규정' 제13조에 근거해 내부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을 개인별로 차등 지급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서 올해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 C등급이 나왔음에도 총 90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3930명을 대상으로 92억6501만원, 2022년에는 3881명에게 88억7151만원의 성과급을 챙겨줬다.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대한적십자사는 "기관 자체적으로 경영평가를 하고 자체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준다"고 답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지급한 성과급의 직원 등급별 차등화 정도도 미비하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서는 성과급이 개인(부서)별로 엄정한 내부 성과 평가를 통해 등급별 차등 지급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차등 등급 수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을 포함해' 6개 이상으로 해야 한다. 또 최고 등급의 지급 인원 비율이 10% 이상, 최저 등급 및 차하위 등급의 합이 10% 이상이어야 하며 특정 등급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등급 수가 5개에 불과하고 지급률 0%인 등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최고 등급의 지급 인원도 3%에 불과했다. 지급 인원 비율의 차등화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금액 차이도 크지 않았다. 올해 총 성과급 중 가장 성과급이 좋은 등급은 173명이 4억525만원을 나눠 가졌다. 1인당 평균 295만8000원이다. 둘째 등급은 평균 254만4000원, 셋째 등급은 234만7000원, 넷째 등급 21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최하위 등급도 평균 146만1000원을 챙겼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타 공공기관 내부 평가급(성과급)의 경우에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애 의원은 "적십자 회비와 기부, 국민들의 헌혈 혈액 수가 등으로 매년 1조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운용하는 대한적십자사는 주먹구구식의 자체평가가 아닌 객관적인 경영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성과급은 공공부문 종사자의 동기 유발을 통해 국민에 대한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지급되는 중요한 기제인 만큼 나눠먹기식으로 되지 않도록 그 취지와 관련 지침 등을 고려해서 객관적인 차등 지급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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